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새해 첫 근무일인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새해 첫 근무일인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서 당초 예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인사 후폭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을 재가했다. 여권에선 조 전 장관 수사 결과로 검찰 인사 명분이 충분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취임 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찰 내에서 윤석열 라인으로 꼽혔던 인사들이 좌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내 윤석열 라인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 김창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진재선 법무부 검찰과장,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1차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있다.

검찰은 126일 간의 수사 끝에 지난해 12월 31일 조 전 장관을 11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검찰 스스로도 조 전 장관 혐의가 구속 기소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국 일가를 한 달 넘게 수사했는데 나온 게 없다'고 비판하자 "수사 결과가 없는 게 아니고, (수사 결과가 있다는) 그런 말이 밖으로 나가는 걸 막았다"며 자신감을 보였었다.

하지만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를 보면 국정감사 때 이미 알려져 있던 조 전 장관 혐의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은 조 전 장관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서 받은 장학금 600만 원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는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혐의 적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향후 양산부산대병원 운영이나 부산대 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과 관련해 당시 조국 민정수석의 영향력을 기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직접 받은 돈도 아니고 딸이 장학금을 받은 것이 뇌물로 인정되려면 아주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조 전 장관이 장학금을 주면 어떤 대가를 주겠다고 노 원장에게 약속하는 녹취록이나 메시지 등을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다면 재판에서 유죄 인정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봐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고작 600만 원을 뇌물로 받았을까 의심이 든다. 검찰이 증거도 확보하지 않고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라면 초라한 수사 결과를 부풀리기 위해 무리한 혐의 적용을 한 것"이라고 했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전 장관이 연루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하고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펀드 투자자금이 누락된 점만 문제 삼아 기소하는데 그쳤다.

청와대는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를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이라는 고사성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 논평을 통해 "검찰이 총력을 기울여 126일간 이어온 무도한 강제수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 뻔하고 궁색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보수 야권 일각에서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거나 ‘실패한 수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칼날도 청와대가 호위하는 '살아있는 권력' 조국 앞에선 무뎌질 수밖에 없었나보다"면서 "'법꾸라지' 조국의 비리 혐의와 관련한 증거들이 수두룩한 상태에서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된 것은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