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정통성 강조 의도…동질성 회복 위한 남북 역사 교류 중요"
있는 힘껏 활시위를 당긴 채 화면 밖 동물을 쫓아 달려 나간다.

달리는 말 위에서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이 박진감을 뿜어내는 이들은 고구려의 사냥꾼.
북한 국가우표발행국이 이달 발행한 우표에 이 고구려 사냥꾼들이 등장한 이유는 뭘까.

북한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조선과 고구려, 고려 등 '한반도 북부'에 뿌리를 둔 역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반도 역사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월 2일 평양 만경대구역 룡악산 지구에서 특이한 형식의 고인돌 10여 기를 발견했다며 "이것은 고인돌 무덤의 발상지가 다름 아닌 평양 지방이라는 것을 확증"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고려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약사여래상을, 10월에는 고려 2대 혜종(912∼945년)의 무덤을 발굴하며 이들 세 나라의 유적 발굴에 힘써왔다.

사회과학출판사는 올해에도 '동방의 문명을 불러온 고조선 전기 문화'와 '고구려의 음악과 무용의 세계' 등 북부 역사와 관련된 서적을 상당수 출판했다.

고구려 벽화무덤이 집중된 강서지구 관광, 왕건왕릉과 만월대 등 개성 일대의 고려역사 관광 등 역사를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관광 상품도 다수 개발했다.

반면 북한은 신라 등 남쪽에서 발흥한 국가에 중요 지위를 부여하는 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일성방송대학 사이트 '우리민족강당'은 '신라 중심의 역사관과 그 부당성' 제목의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는 신라를 중심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강대한 고구려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며 "신라 중심의 역사관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게 꾸며놓은 견해와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대외선전매체 '류경'도 삼국사기에 대해 "편찬자 자신이 신라왕조의 후손이라는 편협한 봉건 문벌 관념에 사로잡혔다"며 "신라를 '정통'으로 내세우고 신라 부문 서술에 치중하면서 고구려, 백제 역사를 왜곡 서술하였거나 적게 서술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1993년 평양 강동군 대박산에 있는 무덤에서 신화에 불과한 단군과 그 부인의 인골을 발견했다며 단군릉을 만들고 대외에 지속해서 홍보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호섭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는 "단군의 민족의 시조라는 것을 통해 평양 중심성을 확신시키려는 의도"라며 "북한이 고조선과 고구려, 고려의 역사적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도 평양과 개성 등 수도가 북한 지역에 있다는 점에 준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우영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 역시 "정통성이 평양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라면서도 "발해 역사까지 포함한 남북한 역사 교류와 통합은 비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