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연기 마셔 입원 치료…"휴가 대부분 병원에서 보냈지만 아깝지 않아"
"언제 어디서나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고 배웠습니다.
군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해군 1함대 양만춘함에서 근무하는 임정범(28) 중사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인 특유의 절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정 무렵 청원구 율량동의 한 스크린야구장에 들어섰을 때 임 중사는 화재경보기 소리를 들었다.
임 중사는 "오작동이 아닌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발화 지점을 찾으려고 건물을 수색했더니, 3층 창고에서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곧바로 각 층을 돌며 20여명의 사람을 대피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피 유도 후 임 중사는 119에 신고한 뒤 소화기 3개를 챙겨 불이 난 창고로 달려갔다.

119소방대가 도착하자 임 중사는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소방관들에게 인명 대피 상황과 불이 시작한 지점 등을 상세히 말해줬다.
동부소방서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군인 신분의 한 남성이 이미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소화기로 진화하고 있었다"며 "화재는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그분 덕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불은 인력 35명, 차량 18대를 동원한 119소방대의 진화작업 끝에 50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불을 끄다 연기를 마신 임 중사는 병원으로 옮겨져 산소포화 치료를 받고 사흘만에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신속한 대피로 임 중사 외 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선상에서 꾸준히 한 소화 훈련 때문에 신속한 대피 유도와 화재 진압이 가능했다고 임 중사는 전했다.
지난달 결혼해 가정을 꾸린 임 중사는 "진화 작업을 하다가 연기를 마셔서 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지만, 아깝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차게 말했다.
동부소방서는 임 중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