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찬 정수목형 사장이 가죽불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김의찬 정수목형 사장이 가죽불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울 문래동에 있는 정수목형의 김의찬 사장은 최근 가죽불박기를 개발했다. 레이저포인트로 정확한 위치를 잡은 뒤 뜨겁게 달궈진 프레스로 가죽에 글자나 무늬를 넣는 장치다. 이 기계 제작에는 대광주물 아심테크 우정용접 화인레이저 SK에어로 공방인트 등 14개사가 참여했다.

김 사장은 40년 경력의 목형 장인이다. 목형은 나무로 모형을 만드는 작업이다. 주로 외부 기업의 주문에 의해 작업하던 그가 요즘 완제품 제작에 나서고 있다.

금속가공 등 2000여 개 중소기업이 밀집한 문래동 신림동의 중소기업인들이 임가공을 벗어나 ‘완제품’을 내놓고 있다. 경기에 따라 일감이 들쭉날쭉한 임가공 대신 ‘나만의 제품’ ‘나만의 브랜드’로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신도림동에 있는 오리온식품기계의 엄천섭 사장은 요즘 신형 슝카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3월 출시가 목표다. 슝카는 식당에서 손님이 모니터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쓩~’하고 나타나는 자동배송장치다. 손님이 전자메뉴판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조리사가 음식을 조리해 손님 테이블로 보내는 기계다. 목표 지점에서 5㎜ 오차 범위 내에 도착한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 호주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슝카는 특정 레일 위를 달려야 했다. 이번에 개발 중인 신형 쓩카는 레일 없이 일반 평판 위를 달리는 제품이다. 엄 사장은 “무인자동운반장치와 개념이 비슷하다”며 “여기엔 기계 전기 전자 센서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이 접목된다”고 말했다.

신도림동의 소시오텍(대표 어용선)은 중형 커피로스팅기계를 개발했다. 어 대표는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약 200㎏의 생두를 볶을 수 있는 기계”라며 “안정적이고 균일한 로스팅을 위해 내부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막을 수 있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문래동에 있는 에스에스스포츠(대표 김경원)는 간편하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등산용 스틱을 개발해 직접 매장도 열었다. ‘원스틱’이라는 브랜드의 이 스틱은 길이를 조절할 때 마디를 돌리지 않고 원통에 파인 홈에 베어링이 걸리게 설계됐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