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 헝가리가 내년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이하 유로비전)에 불참하기로 해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헝가리 공영방송 'MTVA'의 소식통을 인용해 내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유로비전에 불참한다고 보도했다.

유로비전은 유럽방송협회(EBU)가 1956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유럽 최대 음악 축제다.

스웨덴의 전설적 팝그룹인 '아바'(ABBA)가 1974년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 실력있는 유럽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헝가리는 2011년부터 매년 이 대회에 참가해왔다고 한다.

EBU 회원사인 MTVA가 9년 만에 불참을 결정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서는 극우 성향의 헝가리 정부 차원에서 불참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많다.

최근 몇 년간 유로비전에 성 소수자(LGBTQ,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가수의 참가 사례가 늘면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 내각이 이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 이래 이민자와 동성애자 등을 겨냥해 자주 혐오 메시지를 전파해 온 인물이다.

MTVA의 한 관계자는 사 측이 내부적으로 유로비전 불참 이유를 설명한 적은 없다면서도 많은 사원들은 그 배경에 성 소수자 문제가 결부돼 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MTVA의 한 시사평론가는 올 초 유로비전을 '성 소수자의 집합소'라고 표현하며 대회에 불참하는 게 '국가적 정신 건강'에 좋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

현지의 한 인터넷 매체도 유로비전이 지나치게 '게이화'됐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풀이했다.

MTVA가 공영방송 지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오르반 내각 수립 이후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며 사실상 정책 홍보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정부 압박론에 설득력을 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일에 대해 헝가리 정부는 방송사가 자체 결정한 사안으로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