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총리로는 한국 첫 공식방문…레이건과 각별한 친분
미·일 외교 틀 만들고 군비 확장에 박차…전후정치 총결산
29일 별세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전후 정치 총결산'을 내걸고 장기 집권한 일본 우파 정치인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1918년생인 나카소네는 도쿄대의 전신인 도쿄제국대를 졸업하고 내무성에서 근무하다 해군 회계 담당 장교로 복무하던 중 패전을 맞은 전쟁 체험 세대다.

1947년 군마(群馬)에서 출마해 중의원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정계에 발을 들였으며 무려 20선의 기록을 세웠다.

과학기술청장관, 통산상, 자민당 간사장 등을 거쳐 1982년 11월 일본 71대 총리로 취임했다.

총리 재임 기간은 1천806일로 5년에 육박하며 전후 총리 가운데 5번째로 길다.

그는 전후 정치 총결산을 표방하며 일본 국철(현 JR) 분할과 민영화를 추진했고 일본전신전화공사(NTT 각사의 전신), 일본전매공사(JT) 민영화 등의 구조 개혁을 주도했다.

나카소네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다.

그는 1985년 8월 15일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했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1967) 전 총리도 재직 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이 있으나 이는 A급 전범이 몰래 합사되기 전이었다.

나카소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국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그는 이후에는 참배를 보류했다.

하지만 나카소네의 참배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후임 총리가 참배할 빌미를 제공했다.

고인은 일본의 군비 확장 등 패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썼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일본 방위비를 국민총생산(GNP) 1% 한도 내에서 책정한다는 금기를 파괴해 일본의 군비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등 일본 사회의 보수·우경화를 주도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새로운 헌법 제정을 추구하며 초당파 의원으로 구성된 단체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재작년 5월에는 전력(戰力)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2항을 수정하자는 제안을 담은 책을 내기도 했다.

나카소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유대 관계를 토대로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축인 미일 동맹의 틀을 다진 인물이기도 하다.

나카소네 전 총리와 레이건 전 대통령은 서로를 '론', '야스'라고 불렀다고 하여 '론-야스 관계'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1980년대에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더불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사회주의와 대립하는 이른바 '신(新) 보수주의의' 한 축을 형성했다.

1983년 전두환 정권 시절 일본 총리 가운데 전후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해 당시 한일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