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사랑스러운 암네리스 완벽 빙의
강렬한 색채의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에서 절도 있고 화려한 군무가 펼쳐진다.

배우들 의상은 파리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수천 년을 뛰어넘은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가을비처럼 감성을 파고들었다.

다섯 번째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뮤지컬 '아이다'가 올겨울 대형 뮤지컬 대전에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쇼케이스에서 "역대 최고 공연을 선사하겠다"던 협력연출 키스 배튼의 공언(公言)처럼 오리지널 초연 때 사용한 세트에서 펼쳐지는, 예쁜 미술 작품 같은 장면과 화려한 무대연출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 공주 '아이다', 그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그를 사랑하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사이에 벌어지는 로맨스와 비극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역시 고정조명 900개와 무빙라이트 90여대를 동원해 구현한 화려한 무대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붉은 이집트,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나일강과 수면에 반사된 야자수, 화려하게 치장한 암네리스의 방과 푸른빛 목욕탕 등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장면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나일강이 흐르는 풍경을 그린 커다란 천이 물건을 쌓아둔 천막으로 둔갑하고, 목선이 무대를 나일강 삼아 가로지르는 무대연출도 시선을 붙든다.

앙상블 배우들의 군무는 흠잡을 곳이 없다.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를 보는 듯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야심가 조세르와 친위대가 펼치는 군무는 강렬하다.

암네리스와 시녀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장면도 볼거리다.

지난 15일 프리뷰 공연에서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아이다로 무대에 오른 윤공주는 무르익은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줬고, 처음 합류한 최재림은 안타까운 운명을 향해 가는 라다메스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아이비는 단연 돋보였다.

극 도입부인 이집트 박물관 장면에서 소름 돋는 가창력을 선보이더니, 사랑스러운 철부지 공주부터 라다메스에게 배신 당하고 파라오가 되는 모습까지 암네리스에 완전히 빙의한 연기를 보여줬다.

박승권은 카리스마 넘치는 조세르를 연기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극 초반 매끄럽지 않은 대사 처리와 일부 배우의 음 이탈은 약간 아쉬움을 준다.

부정확한 발음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내년 2월 23일까지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