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마친 인기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1)이 2019년 10월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지상작전사령부에서 나와 팬들 앞에서 경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군 복무를 마친 인기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1)이 2019년 10월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지상작전사령부에서 나와 팬들 앞에서 경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모병제가 다시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내놓은 모병제 보고서가 시작이었죠. 선거철마다 떠오르는 이슈인 만큼 정치권의 찬반 대결은 금세 뜨거워졌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반대 여론이 높습니다. 리얼미터가 2019년 11월 1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대 52.5%, 찬성 33.3%로 차이가 큽니다. 리얼미터는 "반대 의견은 2012년 60.0%에서 2016년 61.1%로 높아졌다가 이번에 52.5%로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국민 여론에 변곡점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는 모병제 관련 내용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이란 이름으로 절대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계획에 모병제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정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2019년 1월 첫 입영 장병들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육군훈련소
2019년 1월 첫 입영 장병들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육군훈련소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군 인력을 현행보다 더 줄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2022년까지 상비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2018년 대비 10만명 줄이고 장교와 부사관, 민간인 위주로 인력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르게 설명하면, 4년만에 약 20%를 감축해야 할 만큼 국군이 처한 인력난이 심각하단 뜻이겠죠. 국군이 맞닥뜨린 '인구 절벽', 과연 얼마나 심각할까요. 뉴스래빗 '팩트 알고'에서 데이터로 설명해드립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국방부를 포함한 정부 모든 부처는 매년 하반기 예산을 계획한다. 각 부처가 짠 예산 계획은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뉴스래빗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최근 10년치 확정예산안을 수집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 중 국방부 인건비와 관련한 부분만 추렸다. 한 해 지급할 인건비가 병·부사관·장교로 나뉘어 계획돼 있다.

인건비는 전년 말에 국회에서 최종 통과한 확정예산'안'을 기준으로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2020년 예산안과 동등한 비교를 위해서다. 아직 2019년이 끝나지 않아 확정되지 않은 올해 실제 인건비도 2019년 확정예산안과 비교한다. 예산안에 계획한 금액과 실제 세출액 간엔 매년 다소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시계열 추이를 거스를 만큼의 차이는 아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병무청이 매년 집계하는 병무통계도 취합했다. 현역병, 모집병의 연도별 입영 수 추이를 최근 10~20년치 취합했다.
현역병 얼마나 줄었나요?




병무청 통계를 보니 가장 감소폭이 큰 건 단연 육군 현역병입니다. 한 해 입영자가 1998년 22만730명에서 2018년 10만1733명으로 줄었죠. 20년새 반토막 난 셈입니다.

최근 10여년간은 10만명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2006년 처음으로 15만명이 붕괴된 이후 12년째 10만~13만명을 오락가락하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죠. 2018년엔 입영자 수가 역대 최저치인 10만1733명으로 줄면서 10만명대까지 무너질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대신 모집병 늘지 않았나요?
반면 같은 10년동안 모집병 수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모집병은 현역 입영 대상자가 직접 지원해 입대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육군 기술행정병, 동반입대병, 어학병, 특기병 등이 해당되죠. 공군, 해군, 해병대 등도 모두 모집병에 해당됩니다. 한 해에 육군 8만여명, 공군 1만6000여명, 해병대 1만1000여명, 해군 8000여명 규모를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유지하고 있죠.
2019년 10월 4일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민을 돕기 위해 복구에 투입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9년 10월 4일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민을 돕기 위해 복구에 투입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0년대 현역 입영 대상자들 사이에서 작지 않은 인기를 끈 각종 모집병이 점점 비중이 높아졌던 건 육군 현역병 감소에 따른 반사 효과였던 셈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육군의 복무 기간이 짧아져 무시 못할 메리트가 되고, 스마트폰 이용 등이 자유로워져 모집병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입니다. 현역병은 인구 감소의 벽에 부딪히고, 모집병조차 미달 사태가 날 만큼 시들해져 '현역 군인 모시기'는 더더욱 힘들어질 전망입니다.
국방부 인건비 예산 얼만가요?
사람은 줄지만 인건비는 늘어납니다. 과거처럼 인력 자원이 넘쳐나지 않으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좋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죠.
연도별 병사 봉급 추이. 자료=인사혁신처
연도별 병사 봉급 추이. 자료=인사혁신처
정부는 매년 꾸준히 일반병사 월급을 올리고 있습니다. 병장 기준 2010년 9만7500원이던 월급이 2019년 현재 40만5700원까지 올라 있죠.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병장 월급은 54만1000원으로 다시 한 번 오른다고 합니다. 전년 대비 33% 높아집니다. 물론 일반병사 월급 인상을 낭비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10년 이상을 꾸준히 올렸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죠. 정부 역시 '국방계획 2.0'에서 2024년 병장 월급을 67만원선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세출 예산으로 잡는 인건비 규모도 매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2020년 쓸 것으로 계획한 '급여정책' 총액은 총 14조6084억원입니다. 2013년 9조9865억원이었던 세출이 7년새 146% 규모로 커진 겁니다. 일반 병사 월급이 늘고, 군무원 등 병력 외 인력 규모를 키운 영향입니다. 같은 기간 군인 수가 63만여명에서 57만여명으로 줄어든 점과 대조적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뉴스래빗이 국방부 예산안을 취합해보니 인건비 비중이 도리어 늘고 있습니다.

정부의 '국방개혁 2.0' 방향과 대치되는 부분입니다. 정부는 현역 입영 대상자 수 감소에 대비해 '병력집약적 구조에서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전투에 효율적인 부대 구조로 개편'한다고 밝혔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2019년 11월 6일 "전력 구조를 첨단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확인했죠.
2019년 1월 첫 입영 장병들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경례하는 모습. 사진=육군훈련소
2019년 1월 첫 입영 장병들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경례하는 모습. 사진=육군훈련소
국방부 1년 전체 세출예산안 중 '급여정책' 비중은 2014년부터 최근 6년간 작지만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2014년 전체 26조2206억원 예산 중 10조3587억원으로 39.5%를 차지하던 인건비가 2020년 안에서는 전체 33조4612억원 중 14조6084억원으로 43.7%가 됐죠.

병력 수는 줄어드는데 인건비는 늘고, 그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어 첨단과학기술에 쓸 예산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모순입니다.

'국방개혁 2.0'의 현실성이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병사 처우를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 만큼이나, 인구 절벽 대비 '과학기술 중심 전력 구조'를 실현할 현실적인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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