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TV "인공지능 '알지' 내부 테스트 위해"
"협박녀 갑질녀 무고녀 등 수 백 여개 게시"
반민정 "악의적 내용, 고소했더니 판도라TV 직원"
판도라TV는 최근 공식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조덕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반민정 씨 관련 허위사실이 적시된 동영상이 공급된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는 반민정과 언론인권센터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게재된 것.
판도라TV는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토종 동영상 플랫폼이다. 2006년엔 글로벌 동영상 플레이어 KM플레이어를 출시했고, 최근엔 국내를 넘어 국외까지 사업을 확장해 왔다.
판도라TV는 2017년부터 가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사회적 이슈 키워드를 자동으로 수집, 분석하는 내부 프로젝트를 테스트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반민정의 실명과 사진 등의 개인정보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영상과 게시물을 포털과 자사 사이트에 게재했다.
이에 판도라TV 측은 "조덕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허위 내용이 포함된 영상들이 게시된 바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본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피해자 반민정 씨를 '협박녀, 갑질녀, 무고녀, 사칭녀'등 근거 없이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수 백개의 동영상이 게시 유포된 사실도 인정한다"며 "재판을 통해 허위사실임이 명백히 밝혀진 내용을 다루고 있어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히는 것임이 분명한 바, 이런 악의적인 동영상의 공급을 차단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 대법원에서 본 사건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는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가해자의 입장에서 생산된 동영상이 지속적으로 저희 채널에 게시되고 유포됨으로써 이러한 동영상을 접하는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본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피해자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등 사건의 진실에 대해 혼란을 야기시킨 점도 인정한다"며 "사건의 피해자인 반민정씨에게 씻지 못할 고통을 안겼다"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플랫폼 공급 업체로서 동영상의 전파력, 동영상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통감하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반민정은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조덕제가 합의 없이 속옷을 찢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해 고소했다. 조덕제는 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연기 지시를 받아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조덕제의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확정 선고를 받았다.
반민정과 언론인권센터 측은 대법원 확정 판결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가짜뉴스, 악의적인 보도를 모니터링 하게 됐고, 악의적인 글과 영상을 올린 사람들 중 판도라TV 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반민정 측은 "성범죄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악의적으로 글을 쓴 블로거 몇명에게 삭제 요청을 했고, 삭제를 하지 않아 부득이 고소했는데 잡고보니 판도라TV 직원들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판도라TV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돌렸다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판도라 TV는 언론사가 아닌 플랫폼사업자이지만 회사 차원에서 명예 훼손성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렸고, 그것에 대한 불법성을 법원이 인정했다"며 "판도라TV의 사과문 발표는 허위 사실 게시자와 유포자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반민정은 판도라TV와 조정 결정을 통해 받은 합의금은 언론을 통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다음은 판도라TV 사과문 전문
조덕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반민정씨 관련 허위사실이 적시된 동영상이 공급된 점에 대해 사과합니다.
저희 판도라티비는 ‘동영상 플랫폼 공급 업체’, 즉 일반인에게 전파력이 강한 동영상을 본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운영되어져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사에서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영화계 성폭력 사건인 일명 ‘조덕제 성폭력 사건’(이하 ‘본 사건’이라고 함)을 다루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피해자 반민정씨에 대한 사과의 의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1) 당사는 2017년 가을경부터 ‘알지’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사회적 이슈 키워드를 자동으로 수집/분석하는 내부 프로젝트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유튜브의 임베디드 영상을 당사의 ‘알지’프로그램에 노출하여 본 사건 피해자 반민정의 실명과 사진 등의 개인정보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공개되었고, ‘조덕제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허위내용이 포함된 영상들이 게시된 바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합니다.
2) 그 외에도 본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피해자 반민정씨를 “협박녀, 갑질녀, 무고녀, 사칭녀”등 근거 없이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수 백개의 동영상이 게시 ․ 유포된 사실도 인정합니다.
이러한 동영상 역시 관련 재판을 통해 허위사실임이 명백히 밝혀진 내용을 다루고 있어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히는 것임이 분명한 바, 이런 악의적인 동영상의 공급을 차단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합니다.
3) 대법원에서 본 사건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는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가해자의 입장에서 생산된 동영상이 지속적으로 저희 채널에 게시되고 유포됨으로써 이러한 동영상을 접하는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본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피해자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등 사건의 진실에 대해 혼란을 야기시킨 점도 인정합니다.
이에 위와 같이 본사 사이트에 게시된 동영상으로 인하여 본 사건의 피해자인 반민정씨에게 씻지 못할 고통을 안겼는바, 이에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더불어 본사는 동영상 플랫폼 공급 업체로서 동영상의 전파력, 동영상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통감하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