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권변호사 "약탈 문화재 되돌려줘야"…프랑스는 반환 움직임
프랑스가 제국주의 시절 아프리카에서 약탈한 문화재의 반환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영국에서도 명망 있는 인권변호사가 나서 런던 대영 박물관에 소장된 약탈 문화재를 반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제프리 로버트슨 칙선변호사(QC)는 "대영박물관의 수탁자들은 세계 최대 장물 수취인들이 됐다"면서 "약탈 문화재의 대부분은 전시조차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칙선변호사는 영국에서 최고등급의 법정 변호사를 일컫는다.

그러면서 '약탈 문화재'를 소장한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주요 박물관들은 과거 정복자나 식민 지배자로서 피지배 민족들로부터 강탈한 문화재를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영박물관이 비공식적으로 일부 '약탈 문화재'에 대한 내부 투어를 허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대영박물관이 짐짓 아량을 베푸는 척 고대 그리스 조각상, '베냉 브론즈' 등을 따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보다는 이들 약탈 문화재를 반환하는 편이 "피 묻은 손을 씻는" 진짜 개과천선이라는 것이다.

그리스 정부가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 조각상은 파르테논 신전 벽면부조 조각으로 일명 '엘긴 마블'이라고 하며, 베냉 브론즈는 아프리카 베냉 왕국의 유물로서 나이지리아가 역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대영박물관 측이 이들 약탈문화재의 소장 과정을 교묘한 거짓말과 절반의 진실로 정당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대영박물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백과사전급 박물관'들이 침략 전쟁과 절도, 이중적 행동 등으로 다른 민족에서 빼돌린 값진 유산들을 가둬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슨 변호사의 이 같은 견해는 '누가 역사를 소유하는가: 엘진 약탈 등 약탈 보물 반환 건'이라는 책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저서에서 "지금은 겸손의 때이다.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세계를 다스리던 때를 아직도 갈망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추진하지만 정작 겸양에는 서툴다"면서 "대영박물관은 다른 민족들의 문화유산을 방출하기 전에 우선 '대영제국의 약탈품'부터 제대로 전시하라"고 꼬집었다.

인권법에 기초한 약탈 문화재 반환을 역설한 로버트슨 변호사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프리카 문화유산이 더는 유럽 박물관의 포로로 남아있어선 안 된다"고 선언하면서 문화재 반환 논의에 불을 지핀 점을 평가했다.

로버트슨 변호사는 "정치인들은 과거 제국주의 범죄에 대해 다소간 진실한 사과를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도는 이집트, 중국,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사회를 파괴해 약탈한 것들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역사적 과오를 바로 잡을 수는 없어도, 부끄럼 없이 더는 그것들로부터 이득을 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영박물관 대변인은 엘긴 마블과 관련, 19세기 초 그리스를 다스리던 오스만 제국의 동의를 얻어 합법적으로 획득한 것이라는 점을 되풀이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