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기업공개(IPO)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실적 악화와 최고경영자(CEO) 사임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IPO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워크는 추가 자금을 수혈받을 길이 막히게 돼 앞으로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위워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준비 서류를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티 민슨과 서배스천 거닝햄 위워크 공동 CEO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IPO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장래에 공모 시장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워크는 ‘부동산계의 우버’로 불리며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서 가장 기대되는 IPO로 꼽혔다.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위워크는 현재 전 세계 120여 개 도시에 50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회원 수는 52만명 가량에 달했다.

최근 부진한 수익성과 애덤 뉴먼 설립자 겸 전 CEO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영권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위워크의 IPO 추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위워크가 지난 3년 동안 입은 손실은 지난해 순손실액(16억1000만달러)을 포함해 29억달러(약 3조470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액 역시 6억8970만달러(약 8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뉴먼의 전용기 내 대마초 흡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위워크 상장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삽시간에 쪼그라들었다. 올초 사모시장에서 430억달러(약 56조원)로 집계됐던 위워크의 가치는 최근 100억~150억달러(약 12조~18조원)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위워크는 당초 올 9월 중으로 예정됐던 상장 계획을 연말로 미루고 지난달 24일에는 뉴먼이 경영권을 포기하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외신들은 오랜 실적 악화로 현금이 마르고 있는 위워크가 더 이상 추가 자금을 확보할 방안이 없게 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위워크는 지난 8월 채권은행들로부터 60억달러의 추가 대출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올해 IPO로 최소 3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만약 위워크가 새로운 돈줄을 찾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위워크 경영진은 대규모 직원 감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당장의 자금 문제를 해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니얼 모건 시노버스신탁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유명한 기술 기업이 상장 계획을 접은 것은 이례적이다”라며 “위워크는 앞으로 어떻게 사업모델을 유지할지, 돈을 어떻게 벌지, 어떻게 파산을 피할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