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한 달 동안 용의자 특정 못 해…국감 파급력 최소화 의혹도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의 친형 아파트에서 사라진 거액의 현금다발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현금 분실 사건의 특성상 다른 범죄보다 수사에 품이 많이 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신고 한 달이 지나도록 용의자 특정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조 청장의 친형인 조 모(72) 씨의 자택에 드나든 방문객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 모두 아파트에 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장롱 안에 들어있던 거액의 현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사받은 이들에게서 별다른 범죄 정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단지 내 폐쇄회로(CC)TV 분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익산경찰서가 다음 달로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북경찰청 국정감사를 의식해 사건의 파급력을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건의 경위가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분실한 오만원권 현금다발의 출처와 용처가 의원들의 입방아에 올라 조 청장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는 것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전북경찰청 국감에 참여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3억원이라는 현금을 집에 보관하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지만, 피해자가 전북경찰청장의 형이라는 점을 연관 지어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와 관련해 질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조씨가 분실한 현금의 출처와 용처에 대한 의혹은 신고 초기부터 꾸준히 불거졌다.

조씨의 가족은 지난달 23일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지급하기 위해 장롱 안 가방에 보관한 3억원의 오만원권 다발 중 절반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호가가 4억5천만원 상당인 익산지역 50평대 아파트에 3억원의 인테리어 비용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데다, 현금으로 공사 대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게 시공업계의 반응이어서 사건의 진위에 대한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거액의 현금을 은행이나 개인 금고에 보관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인테리어 공사 동안 장롱 안 가방에 넣어 둔 점도 상식에 반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건을 접한 일부 누리꾼 등은 이러한 이유로 용의자 추적과 함께 석연치 않은 돈다발의 출처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경찰은 현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와 청장과의 가족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경위는 다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