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비핵화 해법과 관련, '단계적 접근' 입장을 재확인한 것과 관련,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면 관련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명길 순회대사가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보좌관의 '리비아 모델'(선(先) 핵포기-후(後) 보상) 언급을 거듭 비판하며 '새로운 방법론'을 거론한 것을 환영하면서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대사가 이번 담화에서 '단계적 접근'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음을 피력한데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우리는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 그러한 논의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9월 하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무부는 김 대사가 이날 자신의 직함을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소개하는 등 북한이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새 카운터파트로 김 대사를 지명한 사실을 공식화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 정부의 이날 반응은 북한의 '단계적 접근' 주장에 대해 협상 테이블이 꾸려지면 양측의 안을 각각 올려놓고 '열린 자세'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는 아니면 원론적인 입장인지는 불분명해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일 북한이 외무성 국장의 담화를 통해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와 제재 해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서도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면 관련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날과 같은 내용의 반응을 낸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신의 대북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볼턴 전 보좌관의 발언을 반박하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주창한 '리비아 모델'(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 언급이 북미 간 대화 국면에 큰 차질을 초래했다고 거듭 공격,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방법'을 거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