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의왕시 공무원 '제삼자 뇌물' 유죄…"단순 심부름 아니라 독립적 역할"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부터 다른 공무원에게 청탁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받은 돈을 해당 공무원에게 수차례 전달하려고 했다면 적극적으로 뇌물을 취득한 자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적극적인 금품 전달 시도가 있었다면 단순한 전달자의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뇌물 범죄 과정에서 독립적인 역할을 한 제삼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제삼자 뇌물취득 혐의로 기소된 경기 의왕시 5급 공무원 백 모(6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백씨는 2016년 8월 임 모(49)씨로부터 의왕시 환경미화원 채용 청탁과 함께 의왕시 고위공무원 A씨에게 전달할 뇌물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백씨는 이 돈을 A씨에게 여러 차례 전달하려고 했지만, A씨는 '큰일 난다'며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백씨가 단순히 임씨의 뇌물을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했는지, 다른 공무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뇌물을 요구한 뒤 취득한 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백씨가 2015년에도 2천만원을 전달하려다 A씨가 거절한 적이 있고, 임씨의 차량에서 A씨에게 수차례 돈을 건네려 시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백씨를 임씨의 단순한 수족이나 사자(使者)로 볼 수는 없고 별도의 독립적인 역할을 한 제삼자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도 "제삼자 뇌물 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