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5년만에 재개…"우크라·이란·핵군축 문제 의견 교환"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 외교·국방장관들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2+2 형식' 회담을 열고 양자 및 국제 외교·안보 분야 현안들을 논의했다.

장관들은 5년 만에 재개된 '러-프랑스 안보협력위원회' 회담에서 러시아와 유럽 관계 복원 문제, 우크라이나·시리아·이란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러시아와 프랑스의 연례 안보협력위원회 회담은 지난 2002년 시작됐지만,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뒤 중단됐었다.

타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는 러시아 측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프랑스 측에선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과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이 각각 참석했다.

러-佛, 모스크바서 외교·국방 '2+2 회담'…"안보 현안 논의"
프랑스의 르드리앙 외무장관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러시아 간) 불신을 줄이는 방향으로 일할 시간이 왔다"면서 "우리는 신뢰와 안보의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7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억류 인사 맞교환 이후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기회의 창'이 생겼다고 반기면서 "아직 대러 제재 해제를 위한 마감 시한이 다가온 건 아니지만 우리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마음 상태"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얼어붙었던 러시아와 유럽 관계가 최근 러-우크라 간 화해 행보 가동으로 개선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였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도 "유럽과의 유대를 재건하는 과정의 진전이 가능하며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라브로프는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러 유화 발언들을 "아주, 아주 긍정적인 것"이라고 환영하면서, 억류 인사 교환을 "미래의 진전을 위한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이란 핵 문제와 관련 "러시아와 프랑스는 (2015년 이란과의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유지를 위한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 계획에 대한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은 또 시리아 내 테러리스트 격퇴를 위한 공조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라브로프는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INF 조약 탈퇴 이후 조성된 전략적 안정성 분야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논의했다"면서 "러시아는 (INF가 금지했던) 그러한 시스템(중거리 미사일)을 미국 시스템이 배치되지 않은 지역에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와 관련 나토와 합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나토는 아직 구체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라브로프는 우주 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도 표시하면서 "미국은 자신의 (군사)독트린에 사실상 그러한 가능성을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프랑스 측에 이와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의 쇼이구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INF 폐기와 (또 다른 미국과의 군축 합의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유럽 내 상황 전개에 대해 평가를 공유했다"면서 "군비 경쟁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상응하는 행보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미국 간 주요 핵통제 조약이 모두 폐기되면서 새로운 군비 경쟁이 불붙을 위험을 지적하며 이 같은 상황 전개를 막기 위해 양측이 서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쇼이구는 이어 "러-프랑스 양국 군사 채널을 통한 정기적 대화 재개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파트너들이 준비되는 만큼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