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집도 도로도 파괴되고 물과 전기조차 없는 피해지역에서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 탓에 수천 명의 이재민이 수도 나소나 미국 플로리다주로 향하고 있다고 AP·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도리안이 바하마에 상륙한 지 일주일이 지난 8일(현지시간) 아바코섬과 그레이트아바코섬, 그랜드바하마섬 등 피해지역 주민들이 배와 비행기를 타고 속속 섬을 떠났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영국 해군은 물론 미국 델타항공 등 민간 기업들도 이재민 수송 작업을 도왔다.
여러 척의 배와 비행기들이 구호물품을 섬에 내려놓은 뒤 이재민들을 싣고 섬을 떠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44명이고, 거처와 식량이 필요한 이재민이 7만 명에 달한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이재민들은 폐허가 된 섬에 더 머물지 못하고 구조 선박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반시설의 90% 가까이가 파괴된 그레이트아바코 마시하버 지역의 경우 주민 대부분이 이미 떠났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이 가는 곳은 허리케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수도 나소나 불과 300㎞가량 떨어진 미국 플로리다주다.
나소나 미국에 잠시 머물 지인이나 친척 집이 있는 이들도 있지만 섬을 떠나도 갈 곳이 막막한 이들도 있다.

나소도 몰려드는 이재민 행렬을 감당하기 힘들다.
허리케인 당시 대피소 역할을 했던 교회 등도 장기적으로 이재민들을 수용할 여력은 안 되는 상태다.
바하마 정부는 천막과 컨테이너를 동원해 이재민들을 수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폐허가 된 섬에 그대로 남기로 한 이들도 있다.
마시하버 주민 잭슨 블래치는 "모두가 떠나라고 하지만 어디로 가란 말인가.
나소에도 미국에도 가고 싶지 않고 남에게 신세 지기도 싫다"고 말하며 부서진 집 재건에 나섰다고 AP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