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은 불안장애 한 형태
소심한 사람이 위험군
약으로 치료 가능
아이들 분리불안도 불안장애
위급한 상황에 놓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뇌, 심장, 근육으로 혈액이 잘 흘러가도록 돕기 위해 숨이 차고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긴다. 위험을 앞두고 불안을 느끼는 것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불안장애는 이런 위험에 대한 반응체계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다. 불안이 심해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생겨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일 때 불안장애라고 진단한다. 상황이나 대상에 따라 세부 진단명이 달라질 수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새학기증후군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낯선 교실이나 새로운 친구들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다. 이는 불안장애보다 적응장애에 가깝다. 적응장애는 분류상 불안장애보다는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에 속한다. 아이들이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두통 복통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면 새학기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학교에서 생길 상황을 걱정해 떼를 쓴다는 점에서는 불안장애와 많이 닮았다. 아이들뿐 아니라 이사 이직 실직 등 일상생활 변화를 앞두고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많다. 이런 불안감과 우울감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하다면 적응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많은 분리불안 장애는 불안장애의 한 형태다.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가장 흔하다. 큰 애착이 형성된 인형이나 이불, 부모 등이 옆에 있어야 안심하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심한 불안을 느낀다. 나쁜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걱정도 심하게 한다. 이런 불안 증상 때문에 복통 두통 구토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관심을 유발하는 아이도 많다.
소심하면 불안장애 위험 상대적으로 높아
아이들의 분리불안뿐 아니라 높은 곳에 가면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고소공포증도 불안장애의 한 형태다. 김우현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공포는 정해진 상황에서 반복된다”며 “불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높은 곳, 밀폐된 장소, 주사기, 동물 등을 꼽을 수 있다”고 했다. 불안 상황에 놓이거나 불안을 유발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울면서 주저앉는다. 의식을 잃는 등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일도 흔하다. 불안은 앞으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다가올 일이 무엇인지 예상하고 느끼는 공포와는 다르다. 낯선 사람이나 특정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도 불안장애의 한 형태다. 부모나 형제처럼 가까운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오히려 가족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흔히 내성적이면 불안장애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불안을 느끼는 것과 내성적인 것은 다른 개념이다. 불안장애는 내성적인 것보다는 소심한 것과 더 연관이 있다. 유명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내성적이지만 대담한 사람도 있다. 소심하다는 것은 겁이 많아 지나치게 많이 조심하는 것이다. 대담한 것과 대비된다. 소심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안을 자주 느끼고 이 때문에 불안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공황장애는 갑자기 심한 불안발작과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되는 질환이다. 공황장애 환자는 세 가지 증상을 주로 보이는데 대표 증상이 공황발작이다. 이유 없이 가슴이 요동치고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함을 느낀다. 식은땀을 흘리는 일도 흔하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고 스스로에게서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기도 한다. 김 전문의는 “발작이 또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기불안, 발작이 생길 만한 상황을 피하는 회피도 공황장애 환자가 호소하는 대표 증상”이라고 했다.
공황장애 치료를 받았다는 연예인이 많다.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직장인은 매일 정해진 일과를 비슷하게 수행한다. 이에 비해 연예인은 매 순간이 다른 일이고 항상 불특정 다수의 평가를 받는다. ‘활동 중 공황발작이 생겨 많은 사람에게 발작 모습을 들키면 어쩌나’ 하며 늘 불안해한다. 불안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걱정이기 때문에 연예인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으로 치료
불안장애도 우울증처럼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약과 달리 심리적·신체적 의존이 생길 수 있어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활용한 약물 치료를 한다. 항불안제는 불안 증상을 바로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항우울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주 정도 걸린다.
불안장애 중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은 인지행동 치료도 한다. 환자의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고 불안한 상황에 의도적으로 환자가 노출되도록 해 불안 증상 등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으로 여러 차례 치료해야 한다. 정신분석을 통해 환자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이를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담당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분명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당수 불안장애 환자는 적절히 치료받으면 극심한 불안이 줄고 회복 단계로 접어든다. 하지만 비교적 많은 환자가 재발하고 일부는 만성화된다. 대개 불안장애 환자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같은 기분장애 증상을 함께 호소한다. 일부는 불안을 줄이려 술을 자주 마시고 이 때문에 알코올의존증 등 중독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 전문의는 “불안으로 인해 환자 스스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줄었다면 호전됐다고 볼 수 있다”며 “완치에 이르기 위해서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를 통해 이전에는 불안을 느꼈던 상황이나 대상을 마주쳐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완치됐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우현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