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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의 권분한(86) 할머니는 셋째 딸이라는 이유로 '또 딸이라 분하다'는 뜻의 이름을 가졌다.
권 할머니는 19세에 결혼해 5남 1녀를 낳아 키우느라 글조차 배우지 못했다.
할머니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에도 농사를 지으며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만학열을 불태우지 못하다가, 팔순이 넘어서야 한글교실을 찾았다.
처음에는 글자만 봐도 어지러워 멀미가 날 정도로 한글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자녀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익숙해졌다.
권 할머니는 "글을 배우니까 시내 나가서 버스 번호랑 행선지도 볼 수 있고, 병원도 찾아갈 수 있다"면서 "구십이 다 돼서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권 할머니의 작품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문해(文解)의 달인 9월을 맞아 진행한 '제8회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다른 9개 작품과 함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인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남녀 차별 등 때문에 글자를 제때 배우지 못했던 만학도 1만5천894명이 시화에 각자의 사연을 담았다.
최우수상을 비롯해 특별상 40명, 우수상 72명 등 총 122명이 상을 받았다.

문해교육이란 문자를 읽기·쓰기·셈하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회적·문화적 기초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교육이다.
2017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읽기·쓰기·셈하기가 어려운 18세 이상 성인은 전체 성인의 7.2%인 311만명으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글을 모르는 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문해교육 학업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 2014년부터 '유네스코 세계 문해의 날'(9월 8일)이 포함된 9월을 '문해의 달'로 정해 홍보하고 있다.
교육부는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시화전 시상식 겸 문해의 달 선포식에서 배우 문소리 씨를 문해교육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또 9월 한 달 동안은 문해교육 필요성과 중요성을 담은 '세종대왕의 꿈' 라디오 캠페인을 진행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이 문해교육 참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유 부총리는 "모든 국민이 생각한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