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내년부터 재학생 추첨 선발…학사경고만 안 받으면 입사 가능
강원대학교가 2020년 학생생활관(기숙사)생 선발 방법을 성적·사회봉사점수·거리·상벌점 등 기준이 아닌 '학점 1.75 이상'과 '입학 후 사회봉사 최소 1건 이상'으로 대폭 낮추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입생 선발 비중도 높이기로 해 재학생 몫이 줄면서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로또 입사"라며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학교 측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혜택을 고르게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

22일 강원대에 따르면 2020년 신입생 중 2천500명을 신축 생활관인 새롬관과 이룸관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매년 신입생 중 평균 1천700명∼1천800명 입사했던 점을 생각하면 40∼50%가량 늘어난 숫자로 춘천캠퍼스 전체 생활관 정원 4천530명 중 절반이 넘는다.

강원대는 또 재학생 선발방식을 성적순이 아닌 추첨으로 바꾸기로 했다.

자격 기준은 학점 1.75 이상, 입학 이후 사회봉사 1건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학사경고를 받지 않고, 1시간 이상 사회봉사 경험만 있다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강원대 학생생활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발 방법을 최근 공지했다.

이를 두고 재학생들은 입사 기준이 너무 낮아진 데다 유예기간이나 변경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올라온 공지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커뮤니티 앱에는 "여태까지 상점, 봉사점수, 학점을 챙겼던 학생들은 바보가 됐다"는 불만과 "어느 정도는 성적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생활관에는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또 주거 문제가 대학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자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생활관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교에 다니기 힘든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학생은 "추첨에서 떨어지면 휴학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학생들도 주변에 있다"며 "학교에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에 대해 학생생활관 측은 성적순으로 뽑는 방식이 변별력이 크지 않아 관내 자치학생회 등과 논의를 거친 끝에 기준을 완화해 모든 학생이 편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지원자 성적이 상향 평준화돼 열심히 노력하고도 탈락하는 학생의 상실감이 크고, 아르바이트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학점 관리를 못 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언제까지 성적순으로만 선발할 수 없는 점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생활관 관계자는 "학점으로만 보면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입사가 결정돼 학점이든 무엇이든 크게 변별력이 없다"며 "사정이 딱한 학생을 정확히 골라 뽑기도 어려워 고민 끝에 추첨제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지가 늦어진 점에는 내년도 신입생 대상 기숙형 RC(Residential Campus) 프로그램 운영 방안이 최근에 결정돼 이에 맞춰 선발 방법을 바꾸는 절차를 거치다 보니 더 일찍 공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생활관 관계자는 "새로운 선발 방법에 대해서는 재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시행 후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