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중국 베이징에 신규 지점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과 베트남에 글로벌 사업 거점을 두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사업 거점 만든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년 초 베이징에 신규 지점을 설립하기로 했다. 2013년 베이징에 만든 사무소를 6년 만에 지점으로 전환,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지 사업동향을 점검하는 정도에 불과했던 사무소를 지점으로 바꿔 현지에서 제대로 사업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이날 베이징 출장길에 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행장은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측을 만나 연내 지점 설립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베이징지점에서 상업금융과 농업금융을 연계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의 강점인 농업금융 노하우를 중국에서도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농협은행은 2013년 사무소를 만든 이후 줄곧 이 같은 방안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갈등 등으로 번번이 지연됐다. 세계 최대 농수산물 유통사로 꼽히는 중국 공소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지지부진했다. 공소그룹은 중국 국무원 산하 정부기관이자 중국 최대 협동조합인 공소합작총사가 지분 100%를 출자한 국유기업이다. 농협은행은 자체 지점을 먼저 세운 뒤 공소그룹과의 합작법인 출범을 준비할 계획이다.

베이징지점은 향후 베트남과 함께 농협은행의 중요 글로벌 거점이 될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이 두 지역을 기반으로 동남아 사업에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농기계, 농식품 등과 관련한 금융서비스 등 신사업 모델도 발굴하기로 했다.

“농업금융·IB 경쟁력 특화”

그동안 농협은행은 유독 글로벌 사업에서만큼은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명함을 제대로 내밀지 못했다. 다른 국내 은행들이 2000년대 초부터 해외에 진출한 반면 농협은행은 2013년에야 시동을 걸었다. 이마저도 활발하진 않았다.

글로벌 사업 의지가 확고해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 행장이 “글로벌 사업을 이대로 방치하면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글로벌 사업을 꼼꼼히 챙기고 나섰다. 이미 포화된 국내 금융시장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캄보디아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11월엔 베트남에 사무소를 하나 더 만들었다. 현재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법인, 지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글로벌 진출 시기가 늦은 만큼 경쟁력이 강한 부분을 특화시켜야 한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농협은행은 농업금융과 함께 또 다른 강점인 기업금융(IB)을 앞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앞세운다는 방침이다.

이 행장은 23일까지 계획한 이번 출장에서 호주도 다녀올 계획이다. 규모가 큰 IB 계약이 많은 호주에서도 사업 기회를 찾아보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농협은행의 미국 뉴욕지점과 연계한 글로벌 IB사업을 키울 수 있을 거란 계산도 담겼다. 이 행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앞으로도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사업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