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작가가 사랑했던 남태평양 천국의 섬, 사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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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조은영의 무브무브 - 남태평양 사모아
조은영의 무브무브 - 남태평양 사모아
남태평양의 넓은 바다엔 우리에게 생소한 섬이 많다. 그중 사모아란 섬 나라가 있다. 사모아에 가려면 먼 곳으로 떠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얼마 전 사모아가 배경이었던 1953년 영화 <리턴투파라다이스>에 현지인 처녀로 출연했던 여배우의 부고를 접했다. ‘천국으로 돌아갔다’는 뜻의 동명의 해변에 지어진 리조트에 묵었던 지난 사모아 여행이 떠올라, 오늘은 숨겨 뒀던 내 마음속의 천국을 꺼내 소개해 볼까 한다.
사모아를 천국으로 여긴 로버트슨
사망하기 전 6년을 사모아에서 보냈던 <보물섬> <지킬앤하이드>의 저자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은 어느 날 친구에게 안부 편지를 받았다. ‘그곳에서 야만인들과 지내는 생활은 불편하지 않나?’ 그는 답장을 보냈다. ‘남을 야만인으로 규정하는 사람이 바로 야만인이네, 이들은 친절하고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이야. 그리고 이곳이 바로 천국이네’. 30대 후반의 병약한 소설가, 그는 무엇에 대한 확신이 있어 무려 15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정착한 것일까? 미지의 섬에 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바다 위에서 폭풍우와 비바람을 맞으며 견뎠을까? 천국을 찾아 사모아에 정착했던 그는 현지인들에게 이야기꾼(Tusitala)’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진 그의 집은 사모아의 수도인 아피아(Apia)에서 4㎞ 남쪽으로 떨어진 바이리마(Vailima)란 작은 마을에 있다. 마을은 스티븐슨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그가 사랑한 현지인들은 그와 그의 작품을 영원히 기릴 수 있게 됐다. 박물관은 작은 산을 배경으로 한 편안한 부지에 그림처럼 서 있다. 생전 그와 그의 가족이 지냈던 집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현지인들과 잘 어울려 지냈는지, 소통했는지 그리고 존경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바이리마 맥주는 이 마을의 이름을 딴 것이다.
사모아를 천국으로 규정한 이들이 또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 슈퍼카, 베벌리힐스의 멋진 저택,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 상류사회의 호화로운 생활을 모두 버리고 떠난 배리 로즈와 제니퍼 로즈 부부다. 난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모든 재산을 현금화하고 남은 인생을 보낼 ‘천국’을 찾아 떠난 이들의 이야기는 실화지만 너무나 영화 같기 때문이다. 아시아, 캐리비안, 인도양, 지중해, 태평양…. 전 세계의 바다와 섬들을 돌며 ‘천국’에 부합하는 50여 가지의 세부 조건을 작성해 엑셀에 기록하며 세밀히 조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최종 선택된 곳이 남태평양의 섬 사모아다. 몇 해 전 사모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운 좋게도 ‘미카’를 직접 만났다. 당시 90세가 넘었던 미카는 연약한 몸을 휠체어를 의지한 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천국을 간절하게 찾는 이들이 천국의 원형이라 믿었던 곳, 대체 사모아엔 무엇이 있으며 사모아는 어떤 곳일까? 그들이 보았던 천국을 나도 볼 수 있을까?
사모아 관광의 꽃 ‘컬추럴 빌리지’
사모아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400㎞ 떨어져 있는 섬나라다. 동사모아와 (서)사모아 두 개의 국가로 분리돼 있는데 그중 사모아라 불리는 서쪽의 사모아 섬은 한때 독일, 뉴질랜드에 속했다가 1962년 독립했다. 동사모아는 아직도 미국령이다. 사모아독립국은 10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주도는 수도인 아피아(Apia)가 있는 우풀루섬(Upolo)과 사바이섬(Savaii)이다. 인구는 20만 명인데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으로 유학 가서 살거나 외국에 뿌리 내린 재외 사모아인들의 인구도 8만여 명이 넘는다.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미소 지으며 ‘탈로파(Talofa)’라고 인사한다. 사모아어를 못해도 걱정 하나 할 것 없다.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운 점은 없으니까.
사모아를 방문한다면 가장 먼저 사모아 관광의 꽃인 ‘컬추럴 빌리지’를 찾는 것이 좋다. 그들의 생활상, 문화, 전통춤, 복식, 수공예품 등을 단시간에 둘러볼 수 있다. 사장 흥미로운 것은 문신 문화다. ‘타투’는 사모아에서 시작됐는데, 그들에게 문신은 패션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전통이며 성스러운 의식이다. 남성은 허리부터 무릎까지 전체를, 여성은 허벅지 전체에 문신을 새기는데 마취를 전혀 하지 않으며 3~10일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다. 사모아의 문신은 가족과 부족에 헌신할 준비가 됐을 때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문신을 받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가문의 수치로 여겨지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생 일대의 큰 사건이다. 문신을 한 사모아인은 용기, 담대함, 희생, 봉사정신으로 정신과 육체를 무장하고 평생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문신에 얽힌 태도와 철학을 알고나서 문신을 한 사모아인을 만나면 호기심과 존경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천연 수영장 토수아
많은 이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로 꼽는, 토수아(To Sua)부터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거대한 구멍’이란 뜻의 토수아는 무성한 숲, 깊이 파인 분화구 안에 파란 바닷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30m의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한 발 한 발 내려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연 수영장이며 거대한 물웅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끝이 안 보이는 검푸른 물속에 몸을 날려 물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은 용기를 낸 자만이 알 수 있다. 랄로마누(Lalomanu) 비치는 세계 5대 해변으로 꼽히는 섬의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세계적인 리조트는 아직 없지만 눈부신 화이트 샌드 비치엔 사모아의 전통가옥 ‘팔레’ 스타일로 지어진 소박한 비치방갈로가 줄지어 있다. 팔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바이리마 맥주 한잔 마시고, 몇 걸음 걸어나가 바다에 뛰어들면 바로 이곳이 천국이다. 사모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는 깨끗한 도로와 예쁜 꽃들로 장식돼 있는 현지인들의 집과 마을이다. 예전처럼 전통가옥 ‘팔레’에 살지는 않지만, 이들의 생활방식은 여전히 공동체 생활을 유지한다. 공동으로 꽃을 가꾸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손을 함께 걷어붙이고, ‘마을 팔레’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낮잠을 자고 회의도 한다. 꽃을 가꾸는 이들치고 선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그림처럼 아름다운 환경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그들은 행복지수도 높다.
수도 아피아에 나가면 카페, 슈퍼마켓, 항구, 웨스턴 푸드를 파는 레스토랑과 호텔 체인인 쉐라톤도 있다. 아름다운 하늘색 지붕의 성당을 지나 천천히 걷다보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에 다다른다. 카카오 열매를 볶아 가루를 내고 물이나 우유를 붓고 설탕을 넣어 마시는 ‘코코사모아’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코코사모아는 사모안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로 씁쓸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원시적인 매력이 듬뿍 사바이섬
사바이섬은 우풀루섬보다 크고 인구는 적다. 자연은 원시적이고 길도 여유롭다. 2시간 페리 여행으로 도착한 사바이섬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알로파가 블로우홀’이었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해안선의 바위 구멍 사이로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면 지켜보는 이들의 비명이 뒤따른다. 구멍 안에 코코넛을 넣어두고 기다리면 물살이 밀려들어오면서 코코넛이 하늘로 날아간다. 코코넛이 산산조각나기도 할 정도로 물기둥의 위력이 대단하다가도 물기둥이 줄어들고 물안개가 사라지면 잠시 무지개가 비쳤다가 다시 사라진다. 이 모습을 반복적으로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흐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바이섬은 당일보다 며칠 머무르며 천천히 있다가 오는 것이 좋다. 물론 이곳에도 그럴듯한 리조트가 여러 곳 있다. 새벽에 일찌감치 일어나 따끈하게 덥혀진 남태평양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고, 쏟아지는 별빛 달빛 아래 파도소리를 들으며 낭만 가득한 디너를 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두어 번 경험한다면 사바이가 천국인가 우풀루가 천국인가 갑자기 마음에 격렬한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사바이이든, 우풀루이든 사람들이 애타게 찾던 천국의 원형이 아직 사모아엔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일요일에 하얀 옷과 모자로 말끔히 차려입고 교회로 가는 현지인들의 뒷모습일 수도 있고, 우무 요리를 하느라 나무에 올라가 코코넛을 따고 땅을 파고 불을 피우는 번거로운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남자들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일 수도 있다. 혹은 살을 에는 문신의 고통을 참아내는 여전사의 눈물일 수도 있다. 코코넛 트리 아래서 차가운 칵테일을 마시며 바다거북이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이라고? 무엇이든 사모아는 아직 천국이란 말이 유효하다. 그러니 서두르자.
조은영의 무브무브!(MOVE MOVE)
한 권에 한 지역, 한 도시, 한 마을만 이야기하는 트래블 매거진, MOVE의 발행인입니다. 책에서 못다한 그곳의 깊은 이야기를 ‘여행의 향기’에 풀어 놓습니다.
글=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무브매거진, 사모아관광청
여행 메모
사모아에 가는 직항은 없다. 피지를 거쳐 가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었으나 대한항공이 올해 10월부터 피지행 직항편을 중단한다. 피지행 직항이 중단되면 호주나 뉴질랜드를 거쳐 가는 것이 좋다. 오클랜드에서 사모아까지는 4시간, 시드니에서 사모아까지는 5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사모아어 영어가 공통으로 쓰인다. 화폐 단위는 탈라(tala)다. 1탈라는 약 400~450원이다.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탈라로 교환하면 된다. 방문하기 좋은 시기는 3~12월. 11~4월에는 우기로 습도가 높고 비가 자주 내린다.
사모아를 천국으로 여긴 로버트슨
사망하기 전 6년을 사모아에서 보냈던 <보물섬> <지킬앤하이드>의 저자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은 어느 날 친구에게 안부 편지를 받았다. ‘그곳에서 야만인들과 지내는 생활은 불편하지 않나?’ 그는 답장을 보냈다. ‘남을 야만인으로 규정하는 사람이 바로 야만인이네, 이들은 친절하고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이야. 그리고 이곳이 바로 천국이네’. 30대 후반의 병약한 소설가, 그는 무엇에 대한 확신이 있어 무려 15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정착한 것일까? 미지의 섬에 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바다 위에서 폭풍우와 비바람을 맞으며 견뎠을까? 천국을 찾아 사모아에 정착했던 그는 현지인들에게 이야기꾼(Tusitala)’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진 그의 집은 사모아의 수도인 아피아(Apia)에서 4㎞ 남쪽으로 떨어진 바이리마(Vailima)란 작은 마을에 있다. 마을은 스티븐슨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그가 사랑한 현지인들은 그와 그의 작품을 영원히 기릴 수 있게 됐다. 박물관은 작은 산을 배경으로 한 편안한 부지에 그림처럼 서 있다. 생전 그와 그의 가족이 지냈던 집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현지인들과 잘 어울려 지냈는지, 소통했는지 그리고 존경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바이리마 맥주는 이 마을의 이름을 딴 것이다.
사모아를 천국으로 규정한 이들이 또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 슈퍼카, 베벌리힐스의 멋진 저택,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 상류사회의 호화로운 생활을 모두 버리고 떠난 배리 로즈와 제니퍼 로즈 부부다. 난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모든 재산을 현금화하고 남은 인생을 보낼 ‘천국’을 찾아 떠난 이들의 이야기는 실화지만 너무나 영화 같기 때문이다. 아시아, 캐리비안, 인도양, 지중해, 태평양…. 전 세계의 바다와 섬들을 돌며 ‘천국’에 부합하는 50여 가지의 세부 조건을 작성해 엑셀에 기록하며 세밀히 조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최종 선택된 곳이 남태평양의 섬 사모아다. 몇 해 전 사모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운 좋게도 ‘미카’를 직접 만났다. 당시 90세가 넘었던 미카는 연약한 몸을 휠체어를 의지한 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천국을 간절하게 찾는 이들이 천국의 원형이라 믿었던 곳, 대체 사모아엔 무엇이 있으며 사모아는 어떤 곳일까? 그들이 보았던 천국을 나도 볼 수 있을까?
사모아 관광의 꽃 ‘컬추럴 빌리지’
사모아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400㎞ 떨어져 있는 섬나라다. 동사모아와 (서)사모아 두 개의 국가로 분리돼 있는데 그중 사모아라 불리는 서쪽의 사모아 섬은 한때 독일, 뉴질랜드에 속했다가 1962년 독립했다. 동사모아는 아직도 미국령이다. 사모아독립국은 10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주도는 수도인 아피아(Apia)가 있는 우풀루섬(Upolo)과 사바이섬(Savaii)이다. 인구는 20만 명인데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으로 유학 가서 살거나 외국에 뿌리 내린 재외 사모아인들의 인구도 8만여 명이 넘는다.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미소 지으며 ‘탈로파(Talofa)’라고 인사한다. 사모아어를 못해도 걱정 하나 할 것 없다.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운 점은 없으니까.
사모아를 방문한다면 가장 먼저 사모아 관광의 꽃인 ‘컬추럴 빌리지’를 찾는 것이 좋다. 그들의 생활상, 문화, 전통춤, 복식, 수공예품 등을 단시간에 둘러볼 수 있다. 사장 흥미로운 것은 문신 문화다. ‘타투’는 사모아에서 시작됐는데, 그들에게 문신은 패션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전통이며 성스러운 의식이다. 남성은 허리부터 무릎까지 전체를, 여성은 허벅지 전체에 문신을 새기는데 마취를 전혀 하지 않으며 3~10일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다. 사모아의 문신은 가족과 부족에 헌신할 준비가 됐을 때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문신을 받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가문의 수치로 여겨지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생 일대의 큰 사건이다. 문신을 한 사모아인은 용기, 담대함, 희생, 봉사정신으로 정신과 육체를 무장하고 평생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문신에 얽힌 태도와 철학을 알고나서 문신을 한 사모아인을 만나면 호기심과 존경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천연 수영장 토수아
많은 이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로 꼽는, 토수아(To Sua)부터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거대한 구멍’이란 뜻의 토수아는 무성한 숲, 깊이 파인 분화구 안에 파란 바닷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30m의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한 발 한 발 내려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연 수영장이며 거대한 물웅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끝이 안 보이는 검푸른 물속에 몸을 날려 물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은 용기를 낸 자만이 알 수 있다. 랄로마누(Lalomanu) 비치는 세계 5대 해변으로 꼽히는 섬의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세계적인 리조트는 아직 없지만 눈부신 화이트 샌드 비치엔 사모아의 전통가옥 ‘팔레’ 스타일로 지어진 소박한 비치방갈로가 줄지어 있다. 팔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바이리마 맥주 한잔 마시고, 몇 걸음 걸어나가 바다에 뛰어들면 바로 이곳이 천국이다. 사모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는 깨끗한 도로와 예쁜 꽃들로 장식돼 있는 현지인들의 집과 마을이다. 예전처럼 전통가옥 ‘팔레’에 살지는 않지만, 이들의 생활방식은 여전히 공동체 생활을 유지한다. 공동으로 꽃을 가꾸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손을 함께 걷어붙이고, ‘마을 팔레’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낮잠을 자고 회의도 한다. 꽃을 가꾸는 이들치고 선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그림처럼 아름다운 환경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그들은 행복지수도 높다.
수도 아피아에 나가면 카페, 슈퍼마켓, 항구, 웨스턴 푸드를 파는 레스토랑과 호텔 체인인 쉐라톤도 있다. 아름다운 하늘색 지붕의 성당을 지나 천천히 걷다보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에 다다른다. 카카오 열매를 볶아 가루를 내고 물이나 우유를 붓고 설탕을 넣어 마시는 ‘코코사모아’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코코사모아는 사모안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로 씁쓸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원시적인 매력이 듬뿍 사바이섬
사바이섬은 우풀루섬보다 크고 인구는 적다. 자연은 원시적이고 길도 여유롭다. 2시간 페리 여행으로 도착한 사바이섬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알로파가 블로우홀’이었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해안선의 바위 구멍 사이로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면 지켜보는 이들의 비명이 뒤따른다. 구멍 안에 코코넛을 넣어두고 기다리면 물살이 밀려들어오면서 코코넛이 하늘로 날아간다. 코코넛이 산산조각나기도 할 정도로 물기둥의 위력이 대단하다가도 물기둥이 줄어들고 물안개가 사라지면 잠시 무지개가 비쳤다가 다시 사라진다. 이 모습을 반복적으로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흐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바이섬은 당일보다 며칠 머무르며 천천히 있다가 오는 것이 좋다. 물론 이곳에도 그럴듯한 리조트가 여러 곳 있다. 새벽에 일찌감치 일어나 따끈하게 덥혀진 남태평양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고, 쏟아지는 별빛 달빛 아래 파도소리를 들으며 낭만 가득한 디너를 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두어 번 경험한다면 사바이가 천국인가 우풀루가 천국인가 갑자기 마음에 격렬한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사바이이든, 우풀루이든 사람들이 애타게 찾던 천국의 원형이 아직 사모아엔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일요일에 하얀 옷과 모자로 말끔히 차려입고 교회로 가는 현지인들의 뒷모습일 수도 있고, 우무 요리를 하느라 나무에 올라가 코코넛을 따고 땅을 파고 불을 피우는 번거로운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남자들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일 수도 있다. 혹은 살을 에는 문신의 고통을 참아내는 여전사의 눈물일 수도 있다. 코코넛 트리 아래서 차가운 칵테일을 마시며 바다거북이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이라고? 무엇이든 사모아는 아직 천국이란 말이 유효하다. 그러니 서두르자.
조은영의 무브무브!(MOVE MOVE)
한 권에 한 지역, 한 도시, 한 마을만 이야기하는 트래블 매거진, MOVE의 발행인입니다. 책에서 못다한 그곳의 깊은 이야기를 ‘여행의 향기’에 풀어 놓습니다.
글=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무브매거진, 사모아관광청
여행 메모
사모아에 가는 직항은 없다. 피지를 거쳐 가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었으나 대한항공이 올해 10월부터 피지행 직항편을 중단한다. 피지행 직항이 중단되면 호주나 뉴질랜드를 거쳐 가는 것이 좋다. 오클랜드에서 사모아까지는 4시간, 시드니에서 사모아까지는 5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사모아어 영어가 공통으로 쓰인다. 화폐 단위는 탈라(tala)다. 1탈라는 약 400~450원이다.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탈라로 교환하면 된다. 방문하기 좋은 시기는 3~12월. 11~4월에는 우기로 습도가 높고 비가 자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