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팬들 열기는 더 뜨거웠다.
이날 공식 입장 관객은 3만9천200명으로 집계됐다.
축제 첫날인 9일에도 3만명 넘는 관객이 입장했다.
관객들은 더위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록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텐트와 선풍기 등 만반의 준비를 해온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 국내 여름 록 페스티벌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펜타포트가 그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펜타포트와 함께 양대산맥이었던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은 명맥이 끊겼다.
2009년부터 밸리록 페스티벌을 열던 CJ ENM은 2017년을 끝으로 행사를 중단했다.
'원조' 지산 록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자, 공연기획사 디투글로벌컴퍼니가 '지산 락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준비했으나 지난달 개막 사흘을 앞두고 취소됐다.
최근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앤 마리 등의 공연을 당일에 취소해 논란이 이는 등 신진 페스티벌들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펜타포트도 더 프레이, 코넬리우스, 위저 등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의 무게감이 예년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10일 공연한 일본 밴드 코넬리우스를 두고도 우려가 나왔다.
최악의 한일 관계 속에서 일본 밴드가 이날 메인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 상황 속에서도 민간 분야 문화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민감한 시기인 만큼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욱일기 영상 사용 논란으로 이어졌다.
코넬리우스는 이날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추상적인 팝아트 영상을 내보냈는데, 영상 중 작은 원 중심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는 듯한 부분이 몇초간 등장했다.
현장에서 공연은 별 탈 없이 끝났다.
관객들은 한국을 찾은 일본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SNS 등을 통해 해당 영상이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코넬리우스는 펜타포트 인스타그램을 통해 욱일기가 연상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해명했다.
코넬리우스는 "영상은 60년대 미국의 한 교육영화를 팝아트적인 영상으로 샘플링한 것"이라며 "욱일기를 연상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고 욱일기도 아니며 정치적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한 음악 관계자는 "시국이 어수선한 만큼 오해를 사지 않도록 더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록 페스티벌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열린 이번 축제는 펜타포트의 가치와 과제를 동시에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날 헤드라이너는 코넬리우스였지만 더 주목받은 팀은 세계적인 록밴드 스틸하트였다.
수차례 이 행사에 참여했으며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한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친 덕분에 친숙한 밴드다.
이들은 이날 뜨거운 날씨에도 가죽바지와 재킷을 입고 '리빙 더 라이프'(Living The Life), '라이크 네버 비포'(Like Never Before), '에인절 아이즈'(Angel Eyes) 등을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특히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국내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부른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열창해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팬들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후렴 부분을 함께 부르며 호응했다.
절정은 역시 '쉬즈 곤'(She's Gone)이었다.
한국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스틸하트의 대표곡이다.
앙코르 요청에 무대에 스틸하트가 다시 오르고 전주가 흐르자 팬들이 열광했다.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전성기의 고음을 들려주지는 못했지만, 팬들은 목청껏 따라부르며 무대를 즐겼다.
그 외 이날 여성 보컬 크리시 코스탄자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인 미국 밴드 어게인스트 더 커런트를 비롯해 투 도어 시네마 클럽, 브로콜리너마저, 잠비나이, 최고은 등 국내외 뮤지션들이 공연했다.
이번 축제는 12일 막을 내린다.
이날은 헤드라이너인 위저 외에 더 뱀프스, 피아 등이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