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낮아진 서편 폐쇄…동편만 출입, 교차 통항에 사고위험↑
대형 요트 감당 못 해…낡은 부잔교 이음새도 떨어져 나가
계류 한도 초과…비상 선석뿐만 아니라 곳곳에 무단 계류
태풍만 오면 피해 눈덩이…선주들 "바람 불면 노심초사"
방파제로 둘러싸인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해상계류장에서 바다로 배들이 출입하는 통로는 모두 2곳이다.

수영강과 가까운 통로는 '서편 통로'로, 다른 한 곳은 '동편 통로'로 불린다.

당초 요트경기장이 조성됐을 때는 배가 바다로 나갈 때는 서편 통로를, 들어올 때는 동편 통로를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서편 통로'가 사실상 폐쇄되며 요트가 동편 통로로만 출입하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 요트 선주는 "서편 통로 주변으로 가보면 낮아진 수심으로 인해 배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상에 줄을 쳐놓은 것을 볼 수 있다"면서 "해무가 끼어 시야가 안 좋은 날 배들이 같은 통로로 들어갔다 나오며 교차하는 모습을 보면 혹시 충돌하지는 않을까 아찔하다"고 말했다.

서편 통로 수심이 낮아진 것은 관리사무소가 그동안 바닥에 퇴적된 흙을 퍼내는 작업을 하지 않아서다.

수영강변에서 흙들이 쓸려 내려와 방파제 주변에 계속 쌓이는데 33년간 바닥 준설 작업은 없었다.

현재 서편 출입로 수십 중 낮은 곳은 1.5m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트가 드나들려면 수심이 최소 5m는 돼야 한다.

한 요트 선주는 "30피트짜리 소형 요트가 통과하려고 해도 요트 아래에는 무게 추가 길게 내려와 있기 때문에 수심이 이렇게 낮으면 무조건 바닥에 걸린다고 보면 된다"면서 "동편 출입로 하나로만 배들이 오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는 선주들은 없지만, 서편 출입로를 이용하면 좌초 위험이 더 크니 그러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부산시도 이런 문제를 이미 알고 있지만, 재개발 논의로 인한 중복투자 우려와 예산 부족을 핑계 대며 몇 년째 공사를 미루고 있다.

바닥 흙을 퍼내는 작업에는 7억2천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한 관계자는 "부산시 예산은 확보가 힘들고 국비를 받아 준설하려고 4차례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33년 전 설치된 시설들은 현재 대형화된 요트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잔교 연결체인 벌어진 것도 있고 고무 이음새가 낡아서 떨어지기 직전인 것들도 있다.

한 요트 선주는 "처음 시설이 만들어졌을 때는 각 폰툰 1칸에 요트가 2대 들어가게 설계됐는데 지금은 요트 길이가 20m까지 대형화가 되면서 요트 1대를 대기도 벅찬 상황"이라면서 "큰 요트 뒷부분은 폰툰 밖으로 튀어 나가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다 보니 태풍이 올 때면 피해가 나는 일도 다반사다"고 말했다.

이 선주는 올해 7월 초 태풍 다나스가 북상했을 때,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하며 강도가 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요트 파손사고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이 선주는 "보유한 요트가 시가로 10억원 상당인데 다나스 탓에 요트 하단부 일부가 파손되면서 수리 견적만 5천만원이 나올 정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선박이 대형화하면서 현재의 낡은 시설이 견딜 수 있는 무게가 초과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계류장에 수용 한도를 넘어선 선박들이 계류하는 것도 위험요소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에는 해상계류장에 293척, 육상 계류장에 155척의 선박을 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해상에는 289척, 육상에 229척 등 모두 518척이 들어차 수용 한도를 훌쩍 초과한 상태다.

비상시에 필요한 예비 선석 일부에도 배들이 무단으로 계류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