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성범죄 하루에 한번 꼴…"내가 피해자 될 수 있다는 공포"

"여자들의 두려움을 광고 수단으로 삼다니…"
혼자 사는 여성의 공포를 마케팅에 이용하려 한 택배 대리 수령 업체가 여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택배 대리 수령 업체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최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CCTV 영상을 모티브 삼아 피에로 가면을 쓰고 원룸 복도를 배회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상은 삽시간에 퍼졌고 여성들은 공포심을 호소했다.

경찰 조사로 해당 영상이 실제 범죄가 아닌 조작 영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최씨는 "'이렇게 무서운 택배 도둑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섬뜩한 공포로 느꼈을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사과에도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네이버 아이디 'yoyo****'는 "여자들의 생존과 관계된 두려움이 마케팅 수단인가? 윤리의식 없이 어떻게 사업을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다음 카페에서 닉네임 '딤섬****'를 쓰는 누리꾼도 "생각이 있는 건가? 이 영상을 보고 잠금장치 하나 더 달까 고민하는 여성들 생각은 안 해봤나"고 질타했다.

여성들이 공분하는 이유는 혼자 사는 여성 등을 노린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7년 경찰 통계 연보에 따르면 주거침입 관련 성범죄는 2017년 350건이 발생했다.

하루에 한 번꼴로 남의 집을 무단침입하고 성범죄가 저질러진 셈이다.

검찰청이 내놓은 2018년도 범죄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89%는 여성으로, 주거침입 성범죄의 경우도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28일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은 1인 가구 여성이 범죄에 노출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 집에 들어가려 한 조모씨는 여성의 문 앞에서 10여 분 동안 번호 키를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리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했다.

검찰은 강간미수 혐의로 조씨를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18일 광주 서구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추행하고 집 안까지 들어가려 한 혐의(강제추행·주거침입)로 30대 남성이 구속되는 등 같은 달 광주에서만 모르는 남성이 여성의 집을 침입하려 한 사건이 3건 일어났다.

여성들은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하는 추세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희정(23)씨는 택배 관련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워낙 여성을 겨냥한 범죄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그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면서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때 수령인을 일부러 남동생 이름으로 적는다"고 했다.

또한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운송장을 찢어서 버리거나 택배원이 문을 두드려도 집에 없는 척하는 등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범죄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송평희(25)씨는 "여성 전용 원룸에서 살 때는 관리가 잘 되어 불안하지 않았는데 남녀 혼성 원룸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택배 운송장은 물론이고 신상정보가 담긴 모든 문서는 파쇄기로 조각내서 버린다"고 했다.

그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에도 집 호수를 밝히기 꺼려져 1층까지 내려가 받아 올라온다"고 덧붙였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자취하는 여성은 1인 가구이다 보니 보안 설비가 잘 갖춰진 곳에서 살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나 정부가 치안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스토킹 등 범죄에 대한 법 적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최근 '주거침입강력처벌법'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28일 연합뉴스에 "신림동 사건은 단순 주거침입이 아닌 (성폭력 범죄) 의도가 있는 행위로 보이는데 현행법상 일반 주거침입과 성폭력 범죄 의도가 있는 주거침입을 구별해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 범죄 목적의 주거침입에 대해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처벌 근거가 없는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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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