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독거 중장년 겨냥… "집밥, 생존과 자유로운 삶에 필수"
'오늘 뭐 먹지?'…독거남 증가에 요리교육 발 벗고 나선 전북
'오늘 뭐 먹지?'
혼자 사는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매일 음식점을 찾아 허기를 메울 수는 없다.

종종 외식도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조리사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식만 하다가는 건강도, 자존감도, 심리적 안정감도 지켜내기 어렵다.

부자든 빈자든 공통으로 찾아오는 육체적·정신적 '배고픔'을 채우려면 집밥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스스로 집밥을 만들어 해결하는 남성은 열 손가락 중 하나가 될까 말까다.

한 손에는 젓가락,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혼밥을 하는 청년에서부터 아내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기만 했던 중·장년 대부분의 요리 실력은 'F 학점'에 가깝다.

그나마 라면이나 김치찌개 정도를 스스로 끓여낼 수 있으면 제법 훌륭한 축에 속한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가 되면 남자는 '멘붕(심리 붕괴)'에 빠진다.

하염없이 주방을 바라본들 당장 할 수 있는 음식이 있을 리 만무하다.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가 나선 이유다.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의 젊은이들과 '100세 시대'를 맞이할 중·장년층을 겨냥했다.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 미래에 치러야 할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는 주로 밑반찬 배달 사업 등을 통해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소극적 태도에 그쳤다.

그랬던 지자체들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연령과 상관없이 남성을 주방으로 불러들여 '먹고 사는' 기본 생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을 먹여주기보다는 물가로 이끄는 격이다.

'오늘 뭐 먹지?'…독거남 증가에 요리교육 발 벗고 나선 전북
전북 완주군은 지난 5월부터 '밥 잘 짓는 멋진 남자'라는 주제의 요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혼자 사는 남성들이 음식 조리를 못 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요리교실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로컬푸드로 가정에서 주로 먹는 나물, 찌개, 김치, 조림, 된장국 등의 음식을 만들어본다.

전주시도 대학생과 직장인 등 청년 혼밥족을 겨냥한 요리교실을 지난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보름에 한 번꼴로 열리는 이 요리교실은 간편하고 맛있는 식단을 만든다.

닭갈비 요리를 시작으로 간편한 아침 식사 조리, 간편 도시락 만들기, 제철 야채 요리 등을 배우고 레시피를 공유한다.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순창군은 노후 설계 프로그램의 하나로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골드 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후다닥 요리, 웰빙 건강밥상, 아내와 손주를 위한 요리 등을 비롯해 잔치 국수, 미역국, 불고기, 생선구이, 두부조림 등 평소 자주 먹고 쉽게 할 수 있는 요리가 인기였다.

은퇴 전후 남성들이 올바른 영양 정보를 얻고 실제 음식을 만들어봄으로써 자신은 물론 가정 내 양성평등 실현에도 보탬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밖에 김제시 여성회관도 남성들을 위한 요리교실을 주·야간으로 운영하고 각 지역 여성단체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들을 주방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오늘 뭐 먹지?'…독거남 증가에 요리교육 발 벗고 나선 전북
이들 지자체가 요리 교육에 적극적인 것은 전북지역 1인 가구가 2000년 17.4%에서 2017년 31.2%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와도 밀접하다.

도내 1인 가구의 비율을 보면 청년층(23∼39세)과 중장년층(40∼64세) 모두 남성이 여성보다 6대 4 정도의 비율로 많기 때문이다.

다만, 65세 이상 노년층은 7대 3 정도로 여성 1인 가구가 많다.

오현숙 완주군 요리교실 강사는 "반찬을 지원받아 손쉽게 식사하던 독거노인들이 처음에는 칼 잡는 법도 모르셨는데 실습을 할수록 요리에 대한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잎밥과 볶음밥 같은 간편식과 냉장고에 두고 오래 먹을 수 있는 깻잎 장아찌, 새송이버섯 볶음 등에 관심을 보이시고 설거지 등 뒷정리도 깔끔하게 잘하신다"고 덧붙였다.

이 모(69·농업) 씨는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살면서 외로움과 함께 음식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무력감에 끼니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간단한 밑반찬은 물론 지금은 오이소박이와 겉절이, 깍두기 등 웬만한 김치까지 담글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뭐 먹지?'…독거남 증가에 요리교육 발 벗고 나선 전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