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일단 바이러스 퇴치에 실패하면 면역세포의 공격 기능은 극도로 억제된다.
면역세포의 이런 전투력 '고갈(exhaustion)'은, 바이러스 침투에 맞서 가동됐던 비상 체제에 의해 자체적으로 촉발된다.
면역반응이 이렇게 약화되는 게 인체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
강한 면역반응이 장시간 유지되면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실제로 세포나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면역 기능이 약해진 틈을 타고 암 종양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위험도 없지 않다.
정상적인 면역반응을 고장 나지 않게 제어하는 건, 암이나 감염 치료법 연구의 공개적인 목표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체가 면역반응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거의 밝혀진 게 없다.
독일 뮌헨 공과대학(TUM) 생명과학대의 디트마어 첸 동물생리학·면역학 교수팀이 오랜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
인체 면역반응의 온·오프를 제어하는 '단백질 스위치'를 발견한 것이다.
첸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지난 17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미국의 다른 두 연구팀도 거의 같은 시점에 동일한 내용의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TUM이 18일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6/tuom-msf061819.php])에 공개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첸 교수팀이 찾아낸 건 톡스(Tox)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세포핵에서 면역세포의 기능을 변경하는 유전자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면역세포 표면에 억제 수용체가 발현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면역세포가 억제 신호를 받아들이면, 이는 세포가 지쳤다는 걸 확인하는 것과 같아, 결국 세포 기능의 약화나 세포 사멸에 이르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연구팀은 환자 검체 외에 생쥐 모델과 배양 세포 등에 실험해 톡스 단백질의 이런 작용을 거듭 확인했다.
첸 교수는 "이 분자 과정의 해독은, 어떤 표적에 맞춰 과정을 수정하는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톡스를 제어하면 항암 치료에서 약해진 면역반응을 재활성화하거나, 자가면역질환의 과도한 면역 반응을 둔화시키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