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미네 주한 일본대사 "한일 관계 악화는 덮어두고 미룰 문제가 아니다"
“한·일 관계 악화는 덮어두고 해결을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18일 저녁 아태정책연구원 주최 외교통상정책포럼에서 한 말이다. 양국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바 있다. 우리 정부 동의 없인 중재위 설치가 불가능하다. 이날은 답변 만료일이었다. 나가미네 대사는 한·일 관계 악화로 양국 기업에 불똥이 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점에 대해 그는 각종 통계를 들어 설명했다.

가장 먼저 꼽은 건 왕래 숫자다. 그는 “작년 1년간 1000만 명 넘는 사람이 오갔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의 밀접성을 강조해 한·일 관계 악화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무역액 기준으로 세 번째로 중요한 무역 상대고, 직접투자액을 봐도 누적 기준으로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액은 미국과 거의 비슷하다”며 “일본 기업은 그 과정에서 10만 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기업 간 협력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에 부품이나 제조 장치 등을 공급하는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한·일 기업이 조인트 벤처 등의 형태로 제3국에 진출해 여러 개발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 100여 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계 금융회사의 한국 내 융자 규모도 2조엔(약 21조6950억원)에 달한다”며 “한국 기업이 제3국에 진출할 때 하는 파이낸싱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 같은 점들을 보면 한국에 한·일 관계 악화는 두세 번째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양국 정부가 이 같은 점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조 및 협력이 끊이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만들어 놓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가을부터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한국 내에서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내 일본의 인식은 좋아지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의 한국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