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에이치엘비가 미국 바이오기업 LSK바이오파트너스(LSKB)를 100% 자회사로 두기 위해 활용한 ‘삼각 합병’이 투자은행(IB)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각 합병은 모회사가 자회사를 앞세워 제3의 기업을 흡수합병하고, 그 대가로 피합병법인 주주들에게 모회사 주식을 교부할 수 있는 제도다.

16일 IB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는 지난 13일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 HLB USA와 LSKB를 합병하기로 했다. LSKB는 간암 등의 치료신약 후보물질인 리보세라닙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다. 에이치엘비는 선박사업과 바이오사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삼각 합병 제도는 2012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지난 7년간 실제 활용된 사례는 세 건에 불과했다. 특히 해외 기업을 합병하기 위해 이 기법이 쓰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한국 법인인 에이치엘비와 미국 법인인 LSKB의 직접 합병은 현행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각 합병을 활용해 LSKB를 100% 자회사로 두기로 결정했다”며 “LSKB 주주들에게 에이치엘비 주식을 지급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치엘비는 1879억원어치(약 261만 주·주당 발행가액 7만2012원)의 신주 및 현금 약 210억원을 오는 10월까지 LSKB 주주들에게 지급하면 된다. 이후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 신청(NDA) 완료와 시판허가 시 각각 210억원, 총 420억원을 추가로 주는 조건이 붙었다. 에이치엘비 주식을 활용해 삼각 합병을 하지 않았다면 250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했겠지만, 실제 현금유출액을 630억원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삼각 합병을 활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각 합병으로 우회상장을 노린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고, 모회사 주주들이 삼각 합병에 불만이 있어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어 투자자 보호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가 삼각 합병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삼각 합병 활성화 여부가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이치엘비의 삼각 합병을 자문한 법무법인 제이피의 임재철 고문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외국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삼각 합병은 유용한 수단이라 앞으로 비슷한 활용 사례가 더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