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자려고 누웠을 때…' 우울증 치료 돕는 책들
우울증을 공감으로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치유의 길을 찾는 책이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우울증을 숨기고 감추려고 하기보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솔직히 털어놓은 책들이다. ‘평범한 사람도 걸릴 수 있는 병’임을 인정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어온 백세희 작가의 책이다. 튀는 제목으로 눈길을 끌지만 내용은 정신과에 가서 상담받은 기록이다. 이 책은 20~30대에게 큰 호응을 얻어 지난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인기에 힘입어 백 작가는 올해 후속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도 내놨다.

엄마이자 아내, 직장인인 정은이 씨는 이유 없는 우울증상과 불면증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아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하던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행복한 가정도 꾸렸지만 이상하게 우울하고 그 우울이 왜 찾아왔는지 설명할 수 없어 더 괴로운 날들이었다. 4년간의 고군분투기를 최근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없는 것》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자신의 아픔을 고백하면서 ‘이런 나라도 괜찮다’는 합리화가 아니라 ‘이런 나라서 괜찮다’는 자신감의 중요성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등도 마음의 병을 마주하는 용기에 대해 쓴 최근 책들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내놓은 책도 상담이나 치료가 아니라 위로와 공감으로 다가간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박종석이 함께 쓴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가 대표적이다.

14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우울과 관련한 책을 많이 산 연령대는 30대(30%) 40대(26%) 20대(23%)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66%)이 남성(34%)보다 많았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고 많이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다양한 종류의 우울증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