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지난 1분기(1~3월) 매출 2조69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다. 현대차는 중국 지원 조직을 현장에 전진 배치하고, 현지 맞춤형 신차를 잇따라 내놓는 등 실적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기의 베이징현대…매출, 10년前으로 '후진'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베이징현대의 1분기 매출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한창이던 지난해 1분기(2조7123억원)보다 23.7% 줄었다. 중국 내 공장이 2개밖에 없던 10년 전(2009년 1분기·1조8453억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기간 총포괄손익(당기순손익+기타포괄손익)은 19억원으로, 전년 동기(213억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몇 년 동안 매분기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러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중국 소비자 취향을 따라가지도 못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기 시작했지만, 현대차는 한동안 세단 중심 영업을 이어갔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중국 토종 브랜드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5%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25%대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중국 실적 회복을 올해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잡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수시로 중국을 찾아 시장 상황 및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에 있던 중국사업본부와 중국제품개발본부 등을 중국 현지로 전진 배치했다. 중국사업본부장을 맡은 이병호 사장을 비롯한 관련 직원 대부분을 중국으로 보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형 싼타페(셩다)와 중국 전용 SUV인 ix25의 신형 모델 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현지 관계자들은 베이징현대가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1공장(연산 30만 대) 가동을 이달부터 중단했다. 3공장(연산 45만 대) 중 일부 생산라인(연산 15만 대) 가동도 멈췄다. 베이징현대 공장 가동률이 아직 50%를 밑도는 상황이어서 일부 생산라인을 정리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28년 만에 역성장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