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한국 게임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넷마블, 크래프톤(옛 블루홀)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의 대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의 매각 향방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서 한국 인기 게임 유통에 의존해 성장하던 그 텐센트가 더 이상 아니다.
中 텐센트 발 아래 놓인 韓 게임산업?
넥슨 매각에 막강한 영향력

요즘 국내 게임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넥슨 매각이다. 지난 15일 예정됐던 매각 본입찰이 연기됐다. 입찰에 나선 업체들의 준비가 부족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넥슨 매각의 ‘키’를 텐센트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다. 텐센트가 넥슨을 사들이지 않더라도 인수 후보자들은 모두 텐센트의 눈치를 봐야 한다. 넥슨의 핵심 수익원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매출이 텐센트를 통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유통을 맡고 있다.

던전앤파이터의 수익이 대부분인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156억원에 달했다. 작년 넥슨 전체 실적에서 네오플을 제외하면 넥슨은 적자다. 그만큼 넥슨에서 던전앤파이터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회사 매각을 결정하고, 직접 인수를 요청한 기업 중엔 텐센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전면에서 넥슨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인수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배그 복제 게임 출시

텐센트는 최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배그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그 모바일은 PC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국내 게임업체 펍지(모회사 크래프톤)와 텐센트가 공동 개발해 내놓은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PC 원작을 모바일로 옮겼다.

그런 배그 모바일을 중국에서 유통하던 텐센트가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텐센트는 자사가 개발한 유사 모바일 게임인 ‘허핑징잉(和平精英)’을 지난 8일 유통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용자가 기존 배그 모바일을 업데이트하면 허핑징잉으로 바뀌도록 해놨다. 기존 배그 모바일의 이용자 정보도 그대로 옮겼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허핑징잉(아이폰 기준)은 출시 3일 만에 1400만달러(약 1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펍지가 가장 기대한 시장 중 하나”라며 “텐센트가 게임 유통을 중단하고 비슷한 게임을 출시한 것을 펍지가 가만히 보고 있었던 것은 텐센트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텐센트가 펍지의 모회사 크래프톤의 2대 주주여서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펍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텐센트와 손잡아야 中 공략

텐센트는 국내 여러 게임업체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2위 게임업체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며 네시삼십삼분, 카카오게임즈 등 다른 게임업체에도 두루 투자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텐센트와 손잡기를 원한다. 중국이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 최대 게임 유통망을 가진 텐센트와 판매계약을 하거나 지분 관계를 맺는 게 중국 공략을 위한 ‘최상의 카드’로 통한다. 펄어비스의 게임 ‘검은사막’,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중국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 주요 게임의 유통판권도 텐센트가 갖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게임을 중국에 유통하면서 성장한 텐센트가 이제 한국 게임산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