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0년까지 CO2 37.5% 더 감축"결정…각국, 개별규제도 가세
2030년부터 화석연료 차량 도심 진입금지·신차 판매금지 잇따라
자동차 업계, 'CO2 제로' 친환경차 개발·판매에 사활 걸고 경쟁


유럽연합(EU)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CO2)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 관련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유럽 각국에서도 경쟁적으로 개별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기의 '퍼펙트 스톰' 앞서 고스란히 노출되게 됐다.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이른바 '디젤게이트'로 불리는 자동차 배기가스 조작사건으로 드러난 속임수와, 정치권이나 정부에 대한 로비, 압박을 통해 밀물처럼 몰려오는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최근엔 친환경차 개발과 판매 확대에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

결국 어떤 업체가 친환경을 압박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느냐가 향후 자동차업계의 판세는 물론 존망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최근 EU는 28개 회원국과 유럽의회 간 협의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승용차 CO2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35% 감축안을 제시했고 EU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도 이를 지지했지만, 유럽의회는 40% 감축안을 요구, 결국 37.5%로 절충됐다.

자동차 제조업체 모임인 유럽자동차제조협회(AECA)는 당초 35% 감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업계는 배기가스 허용기준이 강화돼 업체들이 휘발유나 등유와 같은 화석연료 차량을 줄이고 친환경차 생산을 늘리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며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실업 문제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디젤게이트 이후 성난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오히려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격으로 감축 기준이 더 강화됐다.

EU는 이미 오는 2021년까지 전체 신차 CO2 배출량은 km당 95g이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목표시한을 4년 남긴 지난 2017년 신차의 km당 CO2 배출량은 118.5g으로 2021년 목표치(95g/km)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21년까지 목표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자동차 업체는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처럼 당장 2021년 목표치를 달성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2030년까지 더 과감하게 CO2를 감축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EU 회원국 내부에서 기후변화를 우려하며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보다 더 엄격한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유럽 각국은 개별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가 오는 2030년부터 경유·휘발유를 사용하는 신차의 판매를 전면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경유·휘발유 차량의 도심 진입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0년엔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다.

암스테르담에 이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도 이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상당수 EU 회원국 내부에서 현행 배기가스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다.

각 자동차 업체들은 뒤늦게 친환경차 개별과 판매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계획대로 성과를 낼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웨덴의 볼보 자동차는 당초 올해부터 경유나 휘발유 등을 사용하는 내연 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만 만들겠다며 2021년까지 총 5종의 순수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시장에서 승용차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폴크스바겐(VW)도 작년 12월에 2026년에 마지막 세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시작해 2040년께부터는 내연 기관 차량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VW 그룹 내에서 50종의 순수전기차를 포함해 총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도 선언했다.

다임러는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100억 유로(약 13조 원)를 투자하고 메르세데스-벤츠와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를 통해 2025년까지 25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BMW도 2025년까지 전기차 25종을 출시하고 이 중 절반을 순수전기차 모델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2020년부터 모든 차종에 전기모터를 장착한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며, 프랑스 푸조 시트로엥(PSA) 그룹은 2020년까지 전체 제품군의 절반을 전기차로 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4종을 포함한 총 38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또 현대차는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현대 이노베이션데이' 행사를 열어 전기차인 아이오닉과 코나, 수소전지연료차 넥쏘 등 친환경차의 판매를 확대해 이노베인션을 촉진하기로 결의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신차 개발과 판매 확대를 위한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친환경차의 생산·보급을 늘려주는 데 결정적 요인 중 하나인 인프라 구축은 늦어지고 있다.

ACEA가 작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의 경우 유럽에 10만개소에 불과해 숫자적으로 많이 부족할 뿐만아니라 네덜란드(28%), 독일(22%), 프랑스(14%), 영국(12%) 등 4개국에 76%가 집중돼 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EU 28개 회원국에 등록된 승용차 2억6천200만 대 가운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량은 200만대로 전체의 0.8%에 불과한 점도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이 충분하지 못한 게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의 친환경 차량 개발에 못지 않게 각국 차원에서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이들 친환경 차량의 보급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현재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문제에 대한 대책도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