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의 치매약 ‘아두카누맙’ 개발 중단에 이어 치매 환자에게 또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대표적인 치매 치료제 성분인 도네페질이 혈관성 치매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의약품 임상 재평가 결과 도네페질 제제는 뇌혈관 질환을 동반한 치매 환자에게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대해서는 효과를 인정받았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 처방을 중단하고, 도네페질 제제의 적응증에 혈관성 치매를 삭제할 예정입니다.

도네페질 외에 ‘아세틸 엘카르니틴’도 치매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다고 판명됐습니다. 아세틸 엘카르니틴 제제는 치매, 기억력 감퇴 예방 효과가 있어 뇌세포 회춘제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재평가 결과 효능이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세틸 엘카르니틴은 앞으로 1차적 퇴행성 질환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게 됩니다. 뇌혈관 질환에 의한 2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해서만 적응증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요 적응증에 효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치매약으로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결국 어떤 치매약도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얘기인데요. 도네페질은 국내 시장 규모가 18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치매 치료제여서 환자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도네페질을 처방받는 환자 중 혈관성 치매 환자가 10% 안팎으로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재평가의 후폭풍으로 치매 치료제 시장은 한 차례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 도네페질을 처방할 수 없게 되면서 엑셀론(리바스티그민), 레미닐(갈란타민), 레빅사(메만틴) 등 다른 성분의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도네페질의 오리지널 제품은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아리셉트’(사진)로 국내에선 대웅제약이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리셉트는 2009년 특허가 만료돼 국내에 20개사 제네릭이 시판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의 ‘도네질’, 유한양행 ‘아리페질’, 동아ST ‘아리도네’ 등이 모두 도네페질 성분 제품입니다. 입속에 넣어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 구강용해필름 등 다양한 제형도 출시돼 있습니다.

500억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아세틸 엘카르니틴은 이번 재평가로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동아ST의 ‘동아니세틸’, 경동제약 ‘뉴로세틸’, 일동제약 ‘뉴로칸’ 등 35개사 40개 제품이 시판 중인데요. 전문가들은 해당 제제를 복용 중이라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의약전문가와 상담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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