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이혼하자는 남편. 이젠 정말 이혼하고 싶습니다 _ 사진 게티 이미지 뱅크
걸핏하면 이혼하자는 남편. 이젠 정말 이혼하고 싶습니다 _ 사진 게티 이미지 뱅크
"그렇게 불만이 많은데 왜 참고 살아? 그럴 거면 이혼하던가."

입버릇처럼 이혼을 입에 담는 남편이 있다.

맞벌이 부부인 A씨와 B씨는 대화 끝에 사소한 말다툼이 확산되면서 이혼까지 고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내 A씨는 "시댁, 친정 주제 얘기만 나오면 남편과 다투게 된다"면서 "대화 내용을 보고 내가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이상한 일인지 판단해 달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아내 : 나 이번 달 보너스 나올 것 같아. 지난번에 시댁에 공기청정기 선물 드렸으니까, 이번에는 친정에 건조기 하나 사드리고 싶은데 괜찮아?

남편 : 건조기? 그거 비싸잖아? 공기청정기랑 건조기랑 가격 차이가 심한데 그게 비교가 돼?

아내 : 그렇긴 한데. 엄마가 요즘 허리가 아프시잖아. 저번에 통화하는데 빨래 널기도 힘드시대. 이번 보너스는 저번보다 금액도 많고 평소에 시댁 챙기는 일 많았으니까.

남편 : 자잘하게 우리 집 여러 번 챙겨주는 거랑 친정에 한꺼번에 비싼 선물 드리는 게 똑같아? 장모님이 그럼 훨씬 이득이네?

아내 : 솔직히 내 보너스고 내 돈이잖아? 그 돈으로 아픈 엄마 집안일 덜 힘들게 해드리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 평소에 나는 시댁 형제들 생일에 조카들 기념일까지 챙겼는데 당신은 우리 엄마아빠 생신 때 밥 한 끼 먹는 게 다면서?

남편 : 보너스 받는다고 더럽게 유세 부리네. 그럼 네 돈인데 마음대로 쓰지 상의는 왜 하냐. 시댁 챙긴 게 그렇게 한스러워? 공기청정기 사준 것만으로도 우리 엄마는 엄청 좋아하셨는데 건조기 받았으면 눈물까지 흘리셨을 거다.

아내 : 그래 상의한 내가 멍청했다. 뭐라고 하건 엄마한테 건조기 사드릴 거니까 열받으면 당신 돈으로 똑같이 어머님도 사드려.

남편 : 대화가 안 통하네. 결혼했으면 우리끼리 잘 살 생각을 해야지. 그렇게 비싼 것들 친정에 퍼주고 싶으면 당장 이혼해.

A씨는 "나도 말을 함부로 했다는 건 알지만 남편은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이혼을 거론한다"면서 "더 이상은 나도 참기 싫으니 이혼하고 말겠다"고 주장했다.

A씨가 이같이 강경하게 나오자 남편 B씨는 "이혼을 쉽게 생각한 적도 없으며, 헤어질 생각으로 이혼이란 말을 뱉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힘들때 '죽고싶다'라고들 하지 않나. 이혼 소리를 하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이 불편하다, 화가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지 정말 이혼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이어 "지금 와서 후회스럽고, 어린아이 떼 부리듯 한 게 미안하다. 아내 같은 여자가 또 없다는 거 안다"면서 "반성하고 이혼만은 막고 싶다"라고 간청했다.

두 사람의 입장을 접한 네티즌들은 "둘이 잘 살자? 대신 우리집엔 잘해라 이건가? 네 집에 뭐 사주는거 아깝다. 남편은 심보는 이랬을 듯", "이혼으로 겁주는 건가", "남편이 장모님 건조기 선물에 버럭한 이유는 돈이 아까워서다. 내 식구는 챙기는게 당연하고 돈도 안 아깝지만 남의 집에 돈 쓰기는 아깝다고 생각한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평소 '이혼하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배우자를 유책 배우자라 할 수 있을까.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부부싸움하면서 화나나서 이혼하자고 한두 번 얘기하는 것이 바로 이혼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만약 이런 이유가 이혼 사유가 된다면 상당히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혼사유가 되려면 수시로 이혼을 요구하면서 혼인이 파탄이 됐다는 정황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경우로는 진지하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이혼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협의이혼 서류를 작성하고 법원에 접수한 후 별거까지 오래 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홧김에 이혼소송을 한 경우에는 취하를 해도 상대방이 오히려 이혼에 동의할 경우 때는 늦어서 이혼소송을 취하해도 이혼이 될 수 있다"면서 "말도 신중하게 서류 작성은 더 신중하게 소송은 정말로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한경닷컴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와글와글|"친정에 그 비싼 건조기를 사 드린다고?" 이혼하자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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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