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지시' 벗어나 5대 과제 집중…정무라인 개편도 검토
7년 모은 '서류철 2000개' 치운 박원순…"큰 그림 집중키로"
3선에 성공하며 대권 잠룡으로 떠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무실을 대대적으로 손보며 업무 스타일에도 변화를 선언했다.

'깨알 지시'로 대변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울시장 마지막 임기에 의미 있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포부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최근 집무실을 리모델링하고 한쪽 벽면을 차지하던 '3공 바인더' 2천여개를 치웠다.

바인더엔 박 시장이 2011년부터 모아온 서울시 전 분야의 정책서류와 아이디어 메모가 주제별로 담겼다.

바인더를 꺼내보며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던 박 시장의 커다란 변화다.

바인더 자리는 55인치 TV 6개를 이어붙인 대형스크린으로 대체됐다.

일정도 대폭 줄였다.

올 초엔 늘 참석하던 25개 자치구 신년인사회도 건너뛰었다.

많을 때 20여개에 달했던 일정은 현재 10개 안팎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박 시장은 "여전히 많다.

비우라고 하면 비우라"며 보좌진을 질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이 어느 날 돌아보니 '얼굴 비추는 행사'만 쳇바퀴 돌듯 다니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쫓기듯 하루를 보내며 현안을 깊이 고민하거나 미래를 그리는 일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7년간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내놓은 시민 지향성 정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앞선 시장들에 견줘 대표적인 업적, 가시적인 업적이 없다는 지적이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3선 이후에는 핵심과 동떨어진 휘발성 이슈에 매몰돼 불필요한 마찰음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여의도 통개발' 발언이나 '광화문광장 재설계'를 둘러싼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앞으로 2천여개 바인더에 담긴 과제 중 핵심만 골라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선은 미세먼지, 제로페이, 돌봄서비스, 혁신 창업, 부동산안정 등 5개 주제에 전력한다.

전문가를 불러 조언을 듣는 등 자신을 채우는 시간도 늘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마지막 임기인 만큼 그간 펼쳐놓았던 일을 많이 줄이고 힘을 줘야 할 부분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일상적인 시정은 이날 취임하는 김원이 정무부시장 등에게 상당 부분 맡길 전망이다.

이에 맞춰 정무조직과 인력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시장은 "인사는 7월에도 있다"며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