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쌓인 청첩장만 다섯 장. 건설회사에 다니는 정 대리(31)는 청첩장과 달력을 번갈아보고 한숨을 쉰다. 다음주 토요일에만 결혼식 세 건이 모여 있다. 낮 12시부터 1시간 간격. 식장은 서울 강남, 신촌, 여의도 순서다. 다 가는 건 불가능하다. 정 대리는 12시와 2시 결혼식에 참석하고 1시 결혼식은 축의금만 보내기로 했다. 그는 “부부 양쪽을 다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일정이 겹치다 보니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며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불러서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봄이 오면서 결혼식 소식이 부쩍 늘었다. 마냥 축하해주긴 쉽지 않다. 결혼식에 가야 하는지, 축의금은 얼마나 내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에 김과장 이대리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작은 결혼식’에 비혼 선언까지 예전에 없던 사례들이 늘면서 고민의 폭도 깊어졌다. 결혼 시즌을 맞아 김과장 이대리들의 고민을 모아봤다.“작은 결혼식에 청첩장 안줬다고 구박”모바일 청첩장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성의가 없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합리적이다’는 반론도 있다. 출판사에 다니는 이 대리(33)는 ‘보수파’다. 청첩장 전달 여부에 따라 결혼식 참석이 결정된다. 메신저로 모바일 청첩장만 ‘덜렁’ 보내는 사람의 결혼식엔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도 내지 않는다. 직접 또는 우편으로 청첩장을 보내주는 지인의 결혼식만 참석한다. 이 대리는 “가뜩이나 결혼식이 많아 주말 시간을 빼기도 쉽지 않은데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며 “모바일로 청첩장을 보내는 사람은 나중에 결혼식 후 감사 인사도 안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반대로 건설사에 다니는 박 주임(34)은 결혼한다는 사람에게 먼저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라고 한다. 친하지도 않은데 청첩장까지 받으면 결혼식에 안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지인을 통해 돈만 전달하고 주말은 개인 시간을 보내는 편이 훨씬 좋다”며 “결혼식에 간다고 화장하고 옷 차려입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최근 늘고 있는 작은 결혼식에 대해선 아직 ‘사회적 합의’가 없다. 홍보회사에 다니는 장 대리(33)는 다음주 서울 근교에서 작은 결혼식을 치른다.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직속 상사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러 간 자리에서 “작은 결혼식을 한다고 청첩장도 안 돌리는데 날 무시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다른 부장에게선 “상사들에게만 청첩장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장 대리는 “축의금 안 받고 청첩장 안 돌리는 작은 결혼식 문화를 오해 없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빅데이터 활용해 축의금 정해줬으면”축의금만큼 복잡한 방정식도 없다. 당사자와의 관계, 다른 사람들이 내는 금액, 결혼식장의 밥값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통신회사에 다니는 김 과장(39)은 다년간의 고민을 거쳐 축의금 원칙을 정했다. 자신의 결혼식 때 축의금을 낸 사람에게는 똑같은 금액을 내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입사 동기나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10만원,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5만원을 내기로 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거나 모바일 청첩장만 받았다면 3만원이다. 김 과장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긴 했지만 지방에서 하는 결혼식이나 아내와 함께 가는 결혼식, 밥값이 비싼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 등 예외가 너무 많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으로 축의금을 정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고 말했다.유통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35)는 5만원, 7만원, 9만원 등 홀수로 축의금을 준다. 음양오행 이론에 따르면 홀수는 양이고 짝수는 음을 상징한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미신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결혼하는 사람에게 해가 될까 하는 마음에 줄곧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비혼족’ 친구와 축의금 놓고 말다툼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과거보다 부쩍 늘었다. 축의금은 ‘상호부조’의 성격이 강하다. 결혼하지 않는다면 이런 전제가 무너진다. 식품업체에 다니는 유 선임(35)은 일찌감치 평생 미혼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비혼족’이다. 유 선임은 “결혼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본전’ 생각이 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직급이 올라가고 후배도 들어오면서 축의금을 조금만 내기도 어려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혼식이라도 열어 축의금을 회수해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대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34)는 비혼 선언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색해졌다. 김 대리는 20년 지기 친구 여섯 명이 있는데 이 가운데 김 대리를 포함해 네 명이 미혼이다.최근 모임에서 작은 말다툼이 생겼다. 미혼 친구들이 결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축의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 것. 결혼한 두 명의 친구에게 축의금 30만원, 돌잔치 10만원씩 한 명당 40만원씩 냈던 만큼 이 돈을 미혼 친구들에게 순차적으로 돌려주자는 내용이었다.결혼한 친구 하나가 발끈했다. “너희는 결혼식 때 뷔페를 먹지 않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미혼 친구가 “우리도 좋은 데서 밥을 먹거나 파티를 하려고 한다”고 받아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김 대리는 “기혼 친구들이 보기엔 너무 계산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배려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푸념했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SK케미칼은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테크노밸리 출범 초기인 2010년 서울 삼성동에서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면서다. 판교의 발전상을 옆에서 지켜본 임직원들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회사 주변 식당부터 달라졌다. “예전엔 식당다운 식당을 찾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맛집이 정말 많다”고 입을 모은다. 테크노밸리의 ‘터줏대감’ SK케미칼 임직원들이 추천하는 판교 맛집을 알아봤다.‘만복국수’는 야근이 잦은 연구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뜨끈한 멸칫국물에 말아낸 소면이 대표 메뉴다. 양이 푸짐하지만 소화가 잘돼 야식으로도 제격이다. 야근을 마친 직원들은 퇴근 전 이 집에서 홍어 삼합과 막걸리를 찾는다. 홍어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강하지 않아 홍어회에 익숙지 않은 이들도 쉽게 풍미를 즐길 수 있다.든든한 보양식을 찾는 직원들은 ‘뻘 낙지 한마당’으로 간다. 홍합, 조개, 미더덕 등 갖은 해산물과 싱싱한 채소가 어우러진 매콤한 낙지전골이 추천 메뉴다. 전골을 먹고 난 뒤 남은 국물로 만든 볶음밥은 별미로 통한다. 식사 메뉴로는 맑은 조개국물과 함께 나오는 낙지볶음이 일품이다. 고추장이 아니라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뽑아내 뒷맛이 깔끔하다.‘락앤웍’은 테크노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이다. 젊은 직장인들의 취향에 맞춰 세련된 미국식 중식당을 표방하는 곳이다. 쫄깃한 면발이 특징인 짜장면과 신선한 해물이 가득 담긴 짬뽕이 단연 인기 메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 고기와 해산물 요리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회식 장소로도 인기가 많아 방문 전 예약은 필수다.해가 지면 애주가들은 ‘고대생막창’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소주 안주로는 야채곱창볶음과 순대곱창볶음이 제격이다. 1인분에 1만3000원으로 가성비가 좋아 지갑 사정이 빤한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낡은 드럼통 테이블은 지글거리는 곱창 익는 소리와 어우러져 제법 운치를 더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저녁이면 빈 소주병을 치우는 점원의 손길이 분주해진다”며 “동료들과 소박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 집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다이어트가 본인 의지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회식 없는 삶이 다이어트의 시작이다.”(네이버 아이디 ryuna****)지난 12일자 김과장 이대리 <다이어트 제철은 봄…살 빼기 나선 직장인들>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기사는 직장인의 주된 새해 다짐이지만 대체로 ‘작심삼일’에 그치는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말로만 다이어트하는 ‘이빨 다이어터’부터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반식 다이어터’까지 다이어트로 고생하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사연을 다뤄 네티즌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네티즌들은 “다이어트 성공이 쉽지 않다”는 푸념을 주로 늘어놓았다. 네이버 아이디 medu****는 “잦은 회식만 없어도 다이어트 성공할 듯”이라며 “연초에 야심 차게 헬스장 회원권 등록했지만 야근 때문에 몇 번 가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네이버 아이디 gusw****는 “맨날 야근하는 직장인에게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까지 성공하는 건 꿈같은 이야기”라고 적었다. 네이버 아이디 sgme****는 “이론적으론 적게 먹고 물 많이 마시고 운동하면 빠지지만 말이 쉽다”고 적었다.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팁을 소개한 댓글도 있었다. 네이버 아이디 bahd****는 “다이어트하겠다고 따로 돈 시간 들이지 말고 평소 생활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며 “최대한 걷고 하루 세 끼만 먹으면 웬만큼은 잘 안 찐다”고 했다. 네이버 아이디 so****는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받느니 그냥 먹을 땐 먹는 게 낫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무시간이 줄면서 다이어트가 한결 손쉬워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네이버 아이디 kumi****는 “요즘 빨리 퇴근해서 다이어트하기 좋아 52시간제발(發) 다이어터”가 됐다고 적었다. “먹으면 살 안 쪘으면 좋겠다”(네이버 아이디 mode****)며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댓글도 이어졌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