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사진=한경DB
승리/사진=한경DB
빅뱅으로 성장한 YG엔터테인먼트가 빅뱅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지난 15일 YG엔터테인먼트는 전일대비 3.90%(1450원) 하락한 3만5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1월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던 때의 시가총액과 비교할 때 2달 여 만에 2746억 원이 증발했다.

그 중심엔 빅뱅 승리와 버닝썬 논란이 있다. 문제는 지금이 하락의 끝이 아니라는 것. 지드래곤 군입대, YG엔터테인먼트 실질적인 수장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와 살림을 도맡아 하는 동생 양민석 대표의 탈세 혐의까지 불거지면서 YG엔터테인먼트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더욱 커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으로 지금까지 성장한 회사다. 2011년 상장할 때에도 빅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양군기획이란 이름으로 설립돼 힙합 전문 레이블에 가까웠던 곳이 빅뱅의 성장과 함께 국내 3대 기획사로 입지를 굳혔고, 엔터 뿐 아니라 외식사업, 패션, 제작 등 전방위로 문어발 확장을 시작했다.

2018년 빅뱅 멤버들의 군입대 공백으로 실적에 위기를 겪었던 YG엔터테인먼트는 2019년에 접어들자마자 빅뱅 멤버들의 구설수로 휘청이게 됐다.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YG엔터테인먼트가 나서서 강력하게 부인했던 승리의 운영, 성접대 등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회사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됐다.

승리가 성접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이 알려진 직후인 11일,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4.10%(6100원) 폭락했다.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1109억 원이 사라졌다. 결국 12일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하락은 이어지고 있고, '승리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다른 엔터사까지 줄줄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승리의 빅뱅 탈퇴와 은퇴 선언, YG엔터테인먼트 계약 해지까지 선긋기에 나섰지만, 지드래곤의 병역 특혜 의혹에 육군 참모총장까지 나서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빅뱅은 맏형 탑이 군 입대 전 대마초 투약을 한 사실이 알려져 벌금형이 선고됐고, 대성도 2011년 5월 과속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사망자가 발생하며 불구속 입건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멤버 대부분이 구설수의 주인공이 된 상황에서 승리를 뺀 멤버들이 재결합 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16일엔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이하 루이비통) 그룹과 맺은 상환전환우선주도 반환해야 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루이비통 그룹과 해당 계약을 맺고, 루이비통 그룹 계열사인 그레이트월드뮤직인베스트먼트를 통해 610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상환우선주는 약속한 기간이 되면 발행 회사에서 상환을 받거나, 발행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를 말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환 가격보다 주가가 높으면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반대라면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당시 루이비통은 YG엔터테인먼트와 1주당 4만3574원으로 계약했지만,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상환을 할 경우 연 복리 2%이자가 더해져 670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YG엔터테인먼트 구성원들에 대한 범죄 의혹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향후 검찰 수사로 확대될것으로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업에 대한 불신까지 높아지면서 SRL(사회책임투자) 펀드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RI펀드는 담배·도박·무기·마약 등에서 수익을 내거나 기업경영 방식이 부도덕한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관련 펀드 투자금 규모만 수백억원인데, 여기서 YG엔터테인먼트가 이탈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YG엔터테인먼트의 5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도 부담이 될 법한 상황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현재 연결기준 영업이익 실적이 전년대비 60% 이상 감소했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은 "주총을 연기하라"는 격한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 "모멘텀", "회복의 시기" 등으로 긍정적으로 판단했던 증권사들이 "제대로 전망하지 못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타개할 무언갈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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