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때 근로소득자의 핵심 공제항목인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유리지갑 증세’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정부는 2013년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추려다 근로 소득자들의 조세저항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부총리가 또 불지핀 '카드 소득공제 축소' 논란…직장인 반발 넘어설까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1999년 도입 후 8차례 일몰(시한 만료)이 연장돼 계속 시행 중이다. 올해 말 일몰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 제도를 시행할지, 공제율을 낮출지 등을 연내 결정해야 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정부가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은 연간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였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2012년 세법 개정을 통해 15%로 낮췄다. 이듬해 다시 이 비율을 10%까지 축소하려다 근로 소득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서민 중산층인 유리지갑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며 “납세자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결국 정부안에 포함됐던 공제 축소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없던 일이 됐다.

정부와 여당은 작년에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을 1년만 연장하고 이 제도의 폐지 또는 축소 여부를 논의해 올해 8월 세법 개정안에 그 내용을 담기로 했다.

고형권 전 기재부 1차관은 작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도입 취지가 과표 양성화였는데 이제 그 목표를 달성해 축소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고 했고,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돈 많은 부자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김기식 정책위원장(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제로페이와 같은 모바일 직불카드 확산을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을 더 이상 연장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정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추는 대신 서울시가 추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제로페이(공제율 40% 추진)의 공제율을 높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