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지방자치단체의 ‘고무줄 규제’로 건강기능식품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자체 담당자가 바뀌면서 법령 적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건강기능식품 홍보·판매 매장 ‘뉴오리진’에서 식음료를 주문하면 건강기능식품을 덤으로 주는 서비스를 작년 말 중단했다. 뉴오리진은 빵, 샐러드, 차 등 식음료를 주문한 소비자에게 알약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을 하나씩 줬다. 소비자는 매장에 비치된 막자로 빻아 음식에 뿌려 먹었다. 유한양행은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유도해 관련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에서 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는 서울 영등포구청이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뉴오리진 1호점은 영등포구청 관할 구역인 여의도 IFC몰에 있다.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11월 유한양행에 “건강기능식품 제공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서비스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다. 이 시행규칙은 오염 방지와 기능성 유지 등을 이유로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낱알 등으로 작게 나눠 파는 것)를 금지하고 있다. 시정명령을 받은 뒤 유한양행은 전국 8개 뉴오리진 매장에서 해당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 1월 영등포구청 담당 공무원이 바뀌자 상황이 달라졌다. 새 담당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해 “해당 서비스가 관련 법령이 금지한 소분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식약처는 뉴오리진이 건강기능식품 낱알 판매를 한 게 아니라 시식용으로 제공했다고 보고 해당 서비스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영등포구청은 서비스 재개를 허용했다. 뉴오리진은 이르면 다음달 관련 서비스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누가 담당자냐에 따라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는 건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행정처분을 좀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건강기능식품 매장에서 홍삼 진액 등을 시식용으로 주는 경우도 있는데 영등포구청의 기존 판단에 따르면 이것도 다 불법”이라며 “금지 행정처분은 당사자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가볍게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