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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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동전을 바꿔 드릴 수 없어요." 50대 주부 김알뜰 씨(가명)는 돼지 저금통을 안고 은행을 찾았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김 씨가 은행을 찾은 시각은 오후 2시. 동전 교환 시간이 이미 끝난 후였다. "내일은 언제 오면 되겠냐"는 김 씨의 물음에 은행원은 "다음주 화요일에 오라"고 답했다. 김 씨가 방문한 지점은 화·수·목요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만 동전을 교환해 주고 있다.

은행에서 동전을 교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력 부족·과다한 업무를 이유로 은행들이 동전 교환에 제약을 두면서 고객들의 헛걸음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한달 간 동전교환운동을 진행하면서 절약한 금액은 239억원. 고객의 불편함 해소는 물론이고, 동전 제작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은행의 역할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기자가 찾은 KB국민은행 을지로3가지점은 수요일 단 하루, 오전 10시 이전에만 동전을 교환해 주고 있었다. 동전을 분류하는 기계는 따로 없었다. 고객이 직접 동전을 금액별로 분류해 와야만 동전 교환이 가능했다.

인근에 위치한 신한은행 을지로지점은 시간과 요일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동전 분류기가 없어 고객이 직접 동전을 분류해 와야 했다. 신한은행 서울광장지점도 마찬가지다.

내방 고객 수가 많고, 지점 규모가 큰 강남권 지점 사정도 비슷했다.

KEB하나은행의 강남지점, 삼성역지점은 평일 오전 중에만 동전 교환이 가능하다. 지점에는 동전 분류기가 따로 없다.

국민은행 강남역종합금융센터는 화·수·목요일 오전에만 동전을 교환해 주고 있다. 동전 분류 기계는 없다. 무역센터지점은 평일 영업시간 내 모두 동전 교환이 가능하나 동전 분류 기계는 없다.

신한은행의 논현동금융센터는 평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만 동전 교환이 가능하다. 동전 분류기가 있어 따로 동전을 분류해서 갈 필요는 없다.

은행들은 지점별로 동전 교환이 가능한 요일, 시간 등을 달리하고 있다. 헛걸음을 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지점을 방문하거나 또는 대표번호(콜센터)에 전화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동전 분류기가 없는 지점이 있으므로 동전 분류 가능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까다로운 동전 교환 절차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는 오래돼 왔다. 일각에서는 콜센터에서 안내받은 내용과 실제 지점 운영사항이 달랐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고객 A씨는 "콜센터에서 동전 교환이 가능한 시간을 오전으로 알려줬는데 은행에 가서 보니 오전 11시까지였다. 결국 눈치 보며 동전 교환을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며 "동전 교환 날짜나 시간을 통일하거나, 인터넷에 지점별로 가능 시간을 알려주면 좋을 텐데 왜 동전 교환만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했다.

저금통 속 잠든 동전을 깨우면 동전 제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한 달간 '범국민 동전교환운동'을 실시한 바 있다. 이 기간 2억9600만개 동전이 은행에 모였고, 239억원의 동전 제조 비용이 절감됐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