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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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대박난 것처럼 '극한직업'도 대박이 났다.

영화 '극한직업'이 놀라운 흥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개봉 1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이어 불과 이틀만에 100만 명을 추가했다. 영화 '명량'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빠른 속도로 1100만 관객을 동원한 것.

하지만 수익률을 보자면 '극한직업'이 월등히 앞선다. '명량'의 순제작비는 180억 원, 순익분기점이 600만 명이었다. '극한직업'은 65억 원을 들여 만들었고 마케팅 비용 20억 원을 고려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은 230만 명이었다. '명량'의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동일한 효과를 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라 할 만하다.

'극한직업'은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다. 해체 위기의 경찰청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큰 예산의 블록버스터는 아니었지만 마약반 멤버들의 개성있는 캐릭터, 촘촘하게 짜여진 구성, 여기에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특히 설 연휴엔 그야말로 관객들을 쓸어 모았다. 5일간의 황금 연휴 동안 사실상 '극한직업'이 독주하면서 매일 하루에 100만 명씩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설 연휴 5일 동안 525만7243명이 '극한직업'을 봤다. 역대 설 연휴 최다 관객 보유작인 '검사외전' 478만9288명을 가볍게 뛰어넘은 수치다. 특히 설 당일이었던 지난 5일엔 113만181명이 '극한직업'를 관람했다. 이날 하루 티켓 매출액만 104억 원에 달했다. 자체 최고 일일 매출액이다.

지난 7일까지 누적된 '극한직업'의 입장료 매출액은 952억 원. 개봉 3주차를 맞아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의 주요 배우들이 무대 인사에 나선다는 걸 고려하면 최종 매출액은 1000억 원 안팎이 되리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오는 13일, 영화 '증인', '기묘한 가족' 등 신작이 개봉하기 전까지 이렇다할 경쟁작도 없는 상황인 만큼 '극한직업'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극한직업'에 앞서 코미디 장르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7번 방의 선물'은 2013년 개봉 당시 914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7번 방의 선물' 역시 순 제작비 35억 원, 마케팅 포함 59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계 안팎에선 "7번 방의 '기적'"이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 신생 투자배급사였던 NEW는 '7번방의 선물'로 단번에 4대 배급사 대열에 등극했다.

'극한직업'의 깜짝 흥행으로 그동안 CJ ENM 내에서 방송, 음악 사업부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영화사업부도 기를 펼 것으로 보인다.

CJ ENM는 국내 1위 투자배급사로 '해운대' '광해' '명량' '국제시장' 등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하지만 근래 투자배급했던 작품 중 1000만 돌파 영화는 2015년 '베테랑' 이후 '극한직업'이 처음이다. 4년 만에 나온 1000만이다. 유례없이 가성비 넘치는 영화의 탄생에 CJ ENM의 주가도 들썩였다. 설 연휴를 끝낸 후 주식 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CJ ENM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7일엔 전일 대비 8500원(4%) 오른 22만12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8일 역시 4300원(1.94%) 상승해 마감가는 22만5500원이었다. 단 이틀만에 시가 총액은 2807억 원이 늘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극단적으로 빠른 흥행 속도를 감안할 경우 관객 1200~1500만 명 돌파가 크게 어려워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투자비율을 30~35%로 추정하고 부가판권 수익을 2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관람객 1200~1500만 명의 이익 기여는 131억~164억 원에 달한다"며 "올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손실이 없다면 연간 영업이익은 138억 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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