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제작으로 영화사업 지평을 넓히는 김성환 어바웃필름 대표.
투자에서 제작으로 영화사업 지평을 넓히는 김성환 어바웃필름 대표.
“욕심내지 않았어요. 감동보다 웃음을 주는 데 집중한 게 적중했어요. 코미디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하기 편한 장르죠. 설 연휴에 온 가족이 보기도 좋고요.”

개봉 15일 만인 6일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을 공동 제작한 김성환 어바웃필름 대표(45)는 흥행 비결을 이같이 말했다.

총제작비 95억원이 들어간 이 영화는 관객 수 1000만 명을 기준으로 삼을 때 극장에서만 약 240억원의 순수익을 거둔다. 이 가운데 제작사 측 몫은 40%인 1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흥행이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며 “어려운 경기로 인해 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관람 두 시간 내내 웃음을 통해 위로해 준 셈”이라고 했다.

“웃음은 재미있는 설정에서 나옵니다. 위장 창업한 통닭집이 대박 나고 프랜차이즈까지 만들어진다는 틀거리에다 코믹한 언어와 설정을 붙인 거죠. 문충일 작가의 틀거리에다 코미디에 능한 배세영 작가와 이병헌 감독이 가세한 덕분입니다. 문 작가의 좋은 재료, 배 작가의 레시피, 이 감독의 손맛이 어우러져 대박 메뉴를 개발한 거죠.”

진지하게 수사 방향을 얘기하던 형사가 갑자기 걸려온 주문 전화를 받고는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를 읊조릴 때 객석은 웃음바다로 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에 당선된 문 작가의 원작을 해그림이 영화로 개발했고, CJ ENM이 투자를 결정하고 어바웃필름에 제작을 의뢰하면서 작품이 탄생했다.

“살아있는 캐릭터도 흥행에 한몫했어요. 이 감독은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장면마다 한 명씩 살려냈어요. 참여한 배우들이 단순 소모되지 않도록 말이죠.”

배우들의 노력도 대단했다고 전했다. 어느 날 배우들이 사무실 열쇠를 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스스로 모여 연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 아기 엄마의 감상평에 뿌듯했어요.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행복했다는 겁니다. 두 시간만이라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줬다는 것에 영화제작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 영화투자사 아이픽처스 기획팀장으로 옮겨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바른손, 디씨지플러스 등에서 영화 투자업무를 하다가 2014년 어바웃필름을 창업했다. 월급쟁이를 벗어나려고 투자업무 때 쌓은 네트워크를 밑천 삼아 제작사업에 도전한 것. 그동안 ‘올레’와 ‘도리화가’를 제작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는 “두 작품 모두 관객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특히 ‘올레’는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고사한 경우”라고 털어놨다. 투자와 제작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흥행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공통점입니다. 투자는 단독 결정이 아니고, 다른 일을 해도 됩니다. 제작은 더 집중해서 일해야 하고, 책임도 큽니다. 투자사에는 시나리오가 넘쳐나지만 제작사에는 거의 없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그 역시 투자사 시절 1년에 500개 정도의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제작사를 차린 이후로는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아 부지런히 구하러 다녀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18년간 업력을 통해 영화 흥행의 법칙은 찾았을까.

“지금도 정답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흥행시장에서는 결과가 정답이란 느낌입니다. 차기작은 전작의 결과에서 답을 구할 수 없어요. 매번 상황이 달라서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는 올가을께 휴먼코미디 ‘해치지 않아’를 차기작으로 개봉할 계획이다. 폐업 직전의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