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전말ㆍ도주경로 파악 안된채 사실상 사건종료
경기 화성 동탄의 한 원룸에서 남녀 2명이 흉기에 찔려 1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은 유력한 용의자의 검거 시 자해 사망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그리고 범행 후 도주 경로 등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남긴 채 사건은 사실상 종료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한 직후 결정적 제보를 받아 검거에 나섰지만, 마지막 순간 용의자의 예기치 못한 극단적 선택까지는 막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사건은 용의자의 도주 경로 확보, 공개수사 전환의 최적 시점 결정, 검거 시 자해행위 방지 등의 과제를 교훈으로 남겼다.
사건 발생 이틀째인 29일 공개수사로 전격 전환한 점은 빠른 범인 검거에 주효했으나, 막판 검거과정에서 생포에 실패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용의자가 택시기사를 위협해 인질극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발생에서 검거 직전 용의자 사망까지 48시간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됐다.
먼저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9시 30분께 화성 동탄의 한 원룸에서 흉기에 찔렸다는 한 남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A(38·여)씨와 B(41·남)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결국 사망했다.
B씨는 크게 다쳐 중태에 빠졌다가 최근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통해 A씨와 과거 교제했던 곽상민(42)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곽씨의 투싼 차량을 수배해 추적에 나섰다.
이윽고 수원 지역에서 곽씨의 차량을 발견해 뒤쫓았지만, 용인 지역에서 놓쳤다.
이 차량은 잠시 뒤 용인 함박산 인근에서 차도와 인도 사이의 경계봉을 들이받고 멈춰선 채 발견됐다.
차량엔 아무도 없었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흉기 1점이 나왔다.
경찰은 곽씨가 차량을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산 인근을 샅샅이 수색했다.
헬기까지 동원해 이틀간 이어진 대대적인 수색에도 성과를 얻지 못한 경찰은 곽씨가 함박산을 이미 빠져나갔다고 판단,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공개수사 직후 곽씨를 봤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이 가운데에는 충남 천안역 부근에서 공개수배 전단에 적힌 곽씨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용모의 사람이 택시를 세우고선 대전으로 가자고 했다는 신고도 있었다.
경찰은 이 택시기사로부터 "곽씨와 비슷한 사람이 택시를 타려고 하길래 '줄이 있으니 앞에 있는 택시를 이용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곽씨를 태운 택시 측과 연락을 취하며 추적에 나섰다.
이어 곽씨로 추정되는 손님이 전북 전주로 간다는 사실을 확인, 곽씨가 전주에 연고가 있다는 점에서 이 제보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오후 8시 30분께 충남 부여 사비문 근처에서 해당 택시에 따라붙어 검문을 통해 곽씨 검거에 나섰다. 순찰차 2대가 곽씨가 탄 택시를 앞뒤로 가로막아 세우자 택시기사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나와 몸을 피해 다행히 인질극은 벌어지지 않았다.
곽씨는 그러나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문을 걸어 잠그며 극력 저항했다.
이에 경찰관이 운전석 앞 유리창을 깨고 검거를 시도했지만 곽씨는 갖고 있던 흉기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무려 10군데를 자해해 크게 다친 곽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이날 오후 8시 50분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물론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경찰이 흉기 소지 및 자해시도 가능성에 대비해 좀더 정교한 생포 작전을 구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여하튼 유력한 용의자인 곽씨가 숨지면서 경찰이 이 사건의 전말을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게 됐다.
경찰은 다만 숨진 A씨의 주변인으로부터 곽씨와 A씨가 과거 교제했다는 진술이 나온 점에 미뤄 이 사건이 치정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곽씨가 사망함에 따라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곽씨가 경찰이 택시를 멈춰 세우자 곧바로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곽씨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