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0만원대 과일세트'…명품인가, 거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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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어치 충분해"
수작업으로 '예쁜 과일' 선별
친환경 인증 받은 상품 취급
"가성비 떨어져"
종류·크기 비슷한 마트 과일
같은 친환경 인증에도 값은 절반
수작업으로 '예쁜 과일' 선별
친환경 인증 받은 상품 취급
"가성비 떨어져"
종류·크기 비슷한 마트 과일
같은 친환경 인증에도 값은 절반
‘사과 배 12개에 18만원, 사과 배 한라봉 10개에 10만원.’
백화점에서 설 대목을 겨냥해 내놓은 과일 선물세트 가격이다. 설 선물세트 판매 경쟁이 붙자 유통업체들은 각자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트와 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세트에 주력하고 백화점들은 ‘프리미엄’을 앞세우며 고가 선물세트를 내놨다. 백화점 고가 과일세트를 두고 “값어치를 한다”는 옹호와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이 맞붙었다.
과일은 크기 키우고 색깔도 엄선
백화점들은 비싼 과일 선물세트에 대해 ‘품질’을 강조한다. 과일을 선별할 때 일괄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요소까지 고려하다 보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크기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에서는 대과(大果)만을 들여온다. 대과는 무게가 300g 이상인 큰 과일로 주로 명절 제사상에 오른다. 대과 생산량은 매해 작황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전체 사과·배 출하량 중 대과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30% 줄었다. 지난해 봄 냉해가 닥치고 여름에 폭염이 겹치면서다. 대과를 찾는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물량이 적은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색상과 모양도 고려 요소다.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과일의 모든 단면에 색이 고루 들었나’ ‘표면적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이 없나’ 등이 백화점에서 프리미엄을 선별하는 잣대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품도 많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 수확 후 기계를 거쳐 크기별로 분류되고 바로 상품화 과정에 들어가는 마트 제품과 달리 백화점은 사람들이 수작업으로 ‘잘생긴 과일’을 골라내는 중간 단계를 추가로 거친다”며 “생산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가격에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10만원 고가 과일세트는 기업고객이 주로 찾는다”며 “올해는 전년보다 물량을 30% 이상 확대했다”고 전했다.
친환경 인증 가격 거품 논란
‘친환경’ 인증도 백화점 과일 선물세트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백화점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다. 친환경 인증이란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 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이하로 사용한 무농약 농산물에 부여하는 정부의 인증제도다. 인공 화학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소량만 사용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다. 친환경 농산물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이유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찾는 사람이 느는 것도 백화점의 과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친환경 농산물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반면 국내 친환경 농산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7853억원에서 연평균 5.8%씩 성장하는 추세다. 2025년에는 2조1360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가격 거품’이 심하다는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로 농산물우수관리(GAP)인증 제품을 내놨다. GAP란 생산부터 수확, 포장, 판매 과정에서 농약과 중금속, 미생물 등을 배제하는 정부 인증 시스템이다. 신세계가 출시한 ‘GAP 알찬 혼합선물세트’(사과 6개·배 6개)는 10만원이다. 마트에서 동일한 인증을 받은 제품은 가격이 이보다 저렴하다. 홈플러스에서 GAP 인증을 받은 ‘GAP 사과·배 혼합세트’(사과 6개·배 5개)는 4만9000원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백화점에서 설 대목을 겨냥해 내놓은 과일 선물세트 가격이다. 설 선물세트 판매 경쟁이 붙자 유통업체들은 각자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트와 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세트에 주력하고 백화점들은 ‘프리미엄’을 앞세우며 고가 선물세트를 내놨다. 백화점 고가 과일세트를 두고 “값어치를 한다”는 옹호와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이 맞붙었다.
과일은 크기 키우고 색깔도 엄선
백화점들은 비싼 과일 선물세트에 대해 ‘품질’을 강조한다. 과일을 선별할 때 일괄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요소까지 고려하다 보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크기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에서는 대과(大果)만을 들여온다. 대과는 무게가 300g 이상인 큰 과일로 주로 명절 제사상에 오른다. 대과 생산량은 매해 작황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전체 사과·배 출하량 중 대과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30% 줄었다. 지난해 봄 냉해가 닥치고 여름에 폭염이 겹치면서다. 대과를 찾는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물량이 적은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색상과 모양도 고려 요소다.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과일의 모든 단면에 색이 고루 들었나’ ‘표면적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이 없나’ 등이 백화점에서 프리미엄을 선별하는 잣대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품도 많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 수확 후 기계를 거쳐 크기별로 분류되고 바로 상품화 과정에 들어가는 마트 제품과 달리 백화점은 사람들이 수작업으로 ‘잘생긴 과일’을 골라내는 중간 단계를 추가로 거친다”며 “생산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가격에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10만원 고가 과일세트는 기업고객이 주로 찾는다”며 “올해는 전년보다 물량을 30% 이상 확대했다”고 전했다.
친환경 인증 가격 거품 논란
‘친환경’ 인증도 백화점 과일 선물세트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백화점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다. 친환경 인증이란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 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이하로 사용한 무농약 농산물에 부여하는 정부의 인증제도다. 인공 화학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소량만 사용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다. 친환경 농산물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이유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찾는 사람이 느는 것도 백화점의 과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친환경 농산물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반면 국내 친환경 농산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7853억원에서 연평균 5.8%씩 성장하는 추세다. 2025년에는 2조1360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가격 거품’이 심하다는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로 농산물우수관리(GAP)인증 제품을 내놨다. GAP란 생산부터 수확, 포장, 판매 과정에서 농약과 중금속, 미생물 등을 배제하는 정부 인증 시스템이다. 신세계가 출시한 ‘GAP 알찬 혼합선물세트’(사과 6개·배 6개)는 10만원이다. 마트에서 동일한 인증을 받은 제품은 가격이 이보다 저렴하다. 홈플러스에서 GAP 인증을 받은 ‘GAP 사과·배 혼합세트’(사과 6개·배 5개)는 4만9000원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