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0시2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청사에 처음 출두할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포토라인을 지나쳤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오전 10시20분께 입을 다문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심문에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비롯한 이번 수사의 핵심 인력을 투입했다.
심리에 참여한 검찰 측 인원만 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최정숙ㆍ김병성 변호사가 변론에 나섰다.
이날 심리는 점심 휴정시간 약 30분을 포함해 오후 4시 무렵까지 5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양측 모두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만나 징용소송 재판계획을 논의한 점,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한 점 등을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각종 의혹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증거로 판단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물증이나 후배 판사들 진술과 어긋나는데도 구속하지 않는다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택 압수수색과 세 차례 소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점,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주의 우려도 없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법리 다툼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무단 접속해 고교 후배인 사업가 이모(61)씨의 탈세 혐의 재판 진행 상황을 알아본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를 두 번째 구속영장에 추가했다.
2017년 3월 법원을 퇴직한 임종헌(60ㆍ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씨의 투자자문업체 T사 고문으로 취업하도록 박 전 대법관이 알선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취업에 이씨의 재판 관련 민원을 들어준 데 대한 대가성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책임을 지고 법원을 떠난 임 전 차장의 진술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증거인멸 정황으로 제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심문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린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