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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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보따리상(따이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그는 해외에서 캐리어를 끌고 상품을 구매한 뒤 중국으로 귀국해 온라인에서 되파는 대리구매상이다. 세관단속이 강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차례 화물이 압류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생업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이제 정식으로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하나 싶다"며 "이렇게 되면 세금으로 상품 가격 메리트가 없어져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1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된 중국 전자상거래법으로 따이궁들의 수요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새로 도입된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따이궁, 웨이상(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기업), 온라인 판매업자 등은 영업허가를 취득해야하고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고 200만위안(약 3억24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따이궁과 웨이상들은 대리구매업을 그만두거나 업종 전환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자 등록과 납세가 의무화되면서 상품 가격 메리트가 없어지는 등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법의 영향으로 세관 단속이 심해지면서 대리구매상 사이에서는 급기야 "사업을 그만두겠다"는 이들이 나타나고있다.

웨이상 왕모 씨는 "명품시계와 가방 등 사치품은 원가의 25%, 화장품은 15% 정도 이익을 내 해외에 한번 나갔다 들어오면 7만8000위안(약 1300만원)을 벌 수 있지만, 지난해 12월 온라인몰을 폐쇄했다"며 "새로운 전자상거래법으로 세금을 내야 해 잠정적으로 그만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대리구매상들은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아온 단골고객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거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는 2015년부터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SNS의 발달에 힘입어 소자본으로 온라인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웨이상과 따이궁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카카오톡과 같은 SNS에 광고를 올리면 지인 및 지인과 연결된 사람들에게 홍보를 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았다. 따이궁들이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해 웨이상에게 넘기거나, 따이궁이 직접 물건을 파는 행위가 성행했다.

어느정도 수익이 보장되니 타오바오와 같은 전자상거래와 동시에 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았다. 중국인터넷협회에 따르면 2017년 웨이상 수는 2018만8000명, 웨이상 관련 시장 규모는 6835억8000만위안(약 113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각각 31.5%, 89.5% 증가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웨이상은 3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대리구매업 덕분에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9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계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올해부터 전자상거래법이 강화되면서 보따리상들의 움직임이 다소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특히 영세한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퇴출되는 등 법 시행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상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사업을 그만두는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미 기업화된 대리구매를 쉽게 그만두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법안 시행이 이미 예고된 만큼 일단 영업허가를 취득하고 정부 부처의 감독 수위가 어떤지 지켜보자는 이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대리구매상들이 대응에 나섰고, 일부 무허가 점포들은 집중적으로 영업 허가를 신청하기 시작했다"며 "오히려 양성화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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