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올해 핵심 경영 키워드를 ‘성장과 변화’로 제시했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준다’는 기본 전략을 토대로 LG전자의 DNA와 체질을 점진적으로 바꿔가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현금을 두둑이 챙겨놓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성장과 변화로 체질 바꾼다”

조 부회장은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성장과 변화를 통해 전사적인 체질 변화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사적 관점에서 자원을 재배치하고 성장과 역량 강화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원 재배치는 구조조정이 아니다”며 LG전자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을 사례로 들었다. 조 부회장은 “LG가 과거 40년 동안 청소기를 생산해 왔지만 값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유선청소기보다 훨씬 청소가 잘되는 무선청소기를 내놨더니 매출이 연간 10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제품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이 디자인이나 마케팅 전략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조 부회장은 앞으로 인력과 자본을 쏟아부을 사업 분야로 △자동차 부품 △상업용 에어컨 △디지털 사이니지(광고판) △오븐 △청소기 △정수기 등을 꼽았다.

“휴대폰사업 잘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휴대폰사업에 대해 “외부의 우려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잘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휴대폰사업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고객 관점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휴대폰)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LG전자가 (사업 부진을 다른 경쟁사보다) 먼저 경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객의) 신뢰를 쌓는 작업과 폼팩터(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바꾸는 방식 등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정보기술(IT)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폴더블폰을 LG전자도 제때 내놓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휴대폰사업을 총괄하던 황정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부사장)을 1년 만에 교체하면서 TV사업부문을 이끄는 권봉석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겸직토록 한 지난 연말 인사는 “TV와 휴대폰의 공통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사장은) 어느 날 갑자기 된 게 아니라 준비된 경영자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LG전자 TV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권 사장의 경영 전략이 휴대폰 시장에서도 빛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M&A도 변화와 성장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조 부회장은 “팔려고 시장에 내놓은 매물을 사는 건 경쟁이 치열해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일부 지분투자나 공동투자 등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 신뢰를 쌓은 뒤 M&A를 하는 게 최근의 주된 경향”이라고 소개했다. LG그룹은 지난해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5개 주력 계열사가 출자한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해 다른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약 50곳의 기업을 지분투자 및 M&A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가전제품도 고민”

조 부회장은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아마존을 예로 들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준비하면서 ‘아마존이 과연 전자레인지만 만들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탁기도 냉장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클라우드 기반의 제품은 핵심 기능을 빼도 되니 부품이 줄어들어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며 “5세대(5G) 이동통신이 일반화되면 LG도 클라우드 기반의 가전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전자레인지는 AI 기능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59.99달러(약 6만7000원)로 싸다.

라스베이거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