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해외 이익잉여금을 최소 5000억달러(약 560조원) 이상 미국에 들여와 자사주 매입 등에 쓴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액수가 급감해 올해는 유입액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증시를 부양했던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로이터는 1일(현지시간) 미국 경상수지 계정을 분석한 결과 송환세 효과로 미국에 유입된 자금이 작년 1분기 약 3000억달러, 2분기 약 2000억달러, 3분기 약 930억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월부터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남겨둔 2조~3조달러 상당의 이익잉여금을 들여오면 법인세율(21%)보다 낮은 15.5% 세율을 적용하는 송환세를 시행했다.

JP모간체이스는 “송환세 덕분에 유입되는 돈이 시간이 갈수록 대폭 감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 증시와 채권 시장을 부양했던 송환세 효과가 올해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뉴욕 증시에서 사상 최대인 1조달러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이 돈 중 상당액이 해외에서 들여온 돈으로 추정됐다. 작년 4분기 송환세 자금이 대폭 감소한 것도 미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환세는 지난해 미국 채권시장 강세에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애플 등 미국의 10대 글로벌 기업은 미국에서 채권을 하나도 발행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전엔 유보금을 해외에 남겨놓고 미국에선 매년 800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발행했다.

송환세는 지난해 달러 강세에도 영향을 줬다. 기업들이 외국 통화로 갖고 있던 돈을 달러로 바꿔 들여온 덕분이다. 로이터는 송환세 유입 자금이 줄면서 지난해 달러 강세를 불러왔던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