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산업 경기는 어두울 전망이다. 생산과 내수 판매, 수출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업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맏형 격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세단 시장을 대체해 가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실적 쇼크’를 겪어야 했다.

한국GM은 지난해 2월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내수 판매는 30% 가까이 줄었고, 노사 갈등은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7분기째 적자를 내고 있고, 르노삼성자동차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각종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당장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신흥 완성차업체 등 새로운 경쟁자들은 계속해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예고한 대로 수입 자동차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 그야말로 ‘재앙’이 닥친다. 수출 물량 중 85만 대(연간 기준)가량이 사라질 위기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도 오는 9월 종료된다. 르노 본사가 로그만큼 판매량이 많은 차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하지 않으면 르노삼성 생산량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완성차업계 부진은 부품업계로 옮아가고 있다. 상장 부품사 83곳 중 47.1%인 40곳이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전 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한 상장사는 68곳으로 전체의 80%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주요 부품업체 몇 곳이 쓰러지면 수십 또는 수백 개의 2·3차 협력사가 줄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