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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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작년까지 대한적십자회비를 꼬박꼬박 납부해왔던 이모씨(61)는 올해부터 이를 중단했다. 그동안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 돈을 냈는데 회비 납부가 의무가 아닌 선택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것. 이씨는 “연말마다 지로 고지서가 오길래 나라에서 부과하는 공과금인 줄 알았다”면서 “그동안 속은 게 괘씸해 앞으로는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십자사가 연말연시 집집마다 발송하는 지로 형식의 후원금 고지서를 놓고 ‘꼼수 모금’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적십자사는 ‘집중 모금기간’으로 정한 12월과 1월에 △개인 1만원 △개인사업자 3만원 △법인 5만원 등으로 일괄 적용해 각 가정과 기업에 지로 통지서를 보낸다. 가정에 발송하는 통지서는 25세부터 75세 사이 모든 세대주가 대상이다. 통지서에는 세대주 이름, 주소, 납부 금액,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적십자사가 이렇게 통지서를 보낼 수 있는 것은 현행법에 따라 적십자사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조직법 제8조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지자체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지자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적십자사가 지로통지서를 통해 모금을 하는 탓에 후원을 하고도 ‘낚였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런 식의 기부금 모금이 보이스피싱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등 항의 글이 수십개 올라와 있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모르시는 분들은 세금인 줄 알고 내고 계신 걸로 안다”며 “대한적십자사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싸늘한 여론 탓에 후원금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적십자사가 매년 공개하는 ‘사업실적 및 결산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로통지서를 통한 모금 총액은 총 472억 2484만원으로 2016년 507억638만원보다 6.87%(34억8154만원) 줄었다. 반면 지로통지서 제작 및 발송 비용은 2013년 27억9678만원(고지대상 1670만318명)에서 2017년 31억6454만원(고지대상 2074만7289명 )으로 크게 늘었다.

적십자사가 매년 수령하는 정부 보조금도 적지 않다.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적십자사의 명예총재를, 국무총리가 명예부총재를 맡고 매년 230억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지로 형태로 기부금을 모집하는 것은 전세계 200여 국제적십자사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적십자사 측은 “지로 규격은 은행창구와 ATM기기, 편의점 등에서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결제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며 “임의로 디자인 등의 규격을 변경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후원금 고지서를 받고 싶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고지서를 보내지 말라’는 뜻에서 ‘영구 발송 제외’를 신청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